BMW X5와는 다른 길을 걷는 볼보의 대형 SUV 생존 전략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선 차세대 XC90의 핵심 변화는 따로 있었다
이러한 정중동 행보는 오히려 경쟁 모델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볼보의 차세대 전략은 기존의 경쟁 구도, 전동화 전략, 상품성 측면에서 다른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조용한 움직임 속에 수입 대형 SUV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MW X5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이유
수입 대형 SUV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각 모델의 역할은 명확히 나뉜다. BMW X5는 운전의 재미, 벤츠 GLE는 브랜드의 존재감, 제네시스 GV80은 가격 경쟁력과 풍부한 옵션을 내세운다. XC90은 이 틈새에서 ‘안전한 7인승 고급 SUV’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튀는 성능보다 가족의 편안함과 정숙성에 집중하는 전략이다.현재 판매 중인 2026년식 XC90만 봐도 방향성은 뚜렷하다. B6 마일드 하이브리드(8,820만 원부터)와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1억 1,620만 원부터) 라인업은 각각 300마력, 462마력의 높은 출력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 주행감은 폭발적인 가속보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XC90이 경쟁차와 다른 길을 걷는 핵심이다.
볼보가 완전 전기차를 서두르지 않는 속내
볼보에게는 순수 전기 대형 SUV인 EX90이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XC90 풀체인지에서 내연기관 기반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볼보의 전동화 전략이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충전 인프라와 장거리 주행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고객층은 여전히 PHEV나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 볼보는 XC90을 통해 이 수요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세대 모델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대신 현행 SPA 플랫폼의 개선형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셈이다.
신형 XC90의 승부수는 디자인이 아니다
풀체인지 모델의 상품성은 디자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차세대 XC90의 외관은 EX90과 유사한 패밀리룩을 따라 더 정제된 형태로 바뀔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진짜 승부처는 실내 공간과 사용자 경험(UX)이다.
현행 모델은 이미 11.2인치 디스플레이에 티맵 오토, 누구 오토 등 한국형 인포테인먼트를 대거 탑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차세대 모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열과 3열의 거주성을 개선하고, 온 가족이 편안하게 이동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차’보다 ‘가족이 다투지 않는 차’를 만드는 것이 볼보가 생각하는 상품성의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2027 XC90은 시장에서 가장 빠른 SUV가 되려는 차가 아니다. 대신 오래 타도 질리지 않고,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배려하는 수입 대형 SUV를 지향한다.
아직 공식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현행 모델의 상품성과 볼보의 전략을 보면 차세대 XC90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도로 위에서 요란하지 않지만, 주차된 모습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차. 볼보 XC90의 현재이자 미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