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막바지라 교체도 난감, 하필 원작은 일본 드라마
광고·예능 다시보기 중단, ‘승산 있습니다’는 운명은?
배우 하영이 증조부 논란과 관련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영 인스타그램
배우 하영이 결국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무너졌다. 최근 불거진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이 그를 덮쳤다.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지난 17일 방송가에 따르면, 하영은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촬영 중 오열해 현장이 수 시간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불과 3일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논란이 터진 다음 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당초 현장에서는 조촐한 생일 축하 파티를 준비하려 했으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개인의 가족사가 촬영장 전체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상황이다.
배우 하영.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하차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
논란의 시작은 지난 10일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 씨의 과거 행적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제강점기 의사로 활동했던 그의 친일 의혹이 제기됐고, 여론은 빠르게 악화됐다. 하영이 과거 방송에서 증조부를 자랑스럽게 언급했던 사실까지 재조명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하영은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무지한 상태에서 가족의 자랑처럼 이야기했다”며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촬영 막바지, 제작진의 딜레마는 깊어진다
SBS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승산 있습니다’는 이미 촬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주연 배우를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체 분량의 상당 부분이 마무리된 탓에 재촬영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손실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이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주연 배우의 친일 논란과 작품의 출신 배경이 맞물려 자칫 더 큰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영 예정 시기가 내년 2월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3·1절과 가까운 시기에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배우가 주연인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
광고계 손절부터 과거 영상 삭제까지
논란의 여파는 드라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영을 모델로 기용했던 일부 전자·의류 브랜드는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며 ‘하영 지우기’에 나섰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그가 증조부를 언급했던 회차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넷플릭스 작품 홍보를 위해 촬영했던 콘텐츠 역시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연좌제는 부당하다는 일부 동정론도 있지만, 국민 정서와 직결된 친일 문제라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순간에 커리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