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현대차·GM·토요타가 조 단위 투자를 쏟아붓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경쟁이 본격화됐다.
2027년을 기점으로 펼쳐질 미래 자동차 기술 전쟁,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라브4 / 사진=토요타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 새로운 패러다임,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의 승부수는 크게 **통합 플랫폼 개발**, **무선 업데이트(OTA) 강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이미 한발 앞서 나간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과연 전통의 자동차 강자들은 이 판을 뒤집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먼저 앞서 나간 테슬라와 중국
투싼NX5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SDV 분야에서 현재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단연 테슬라와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내연기관차의 복잡한 구조 없이, 처음부터 전기차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차량을 설계했다. 덕분에 스마트폰처럼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데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반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전자제어장치(ECU)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부터가 큰 과제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변화에 둔감했던 기업들이 순식간에 몰락했던 교훈을 되새기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조 단위 투자로 맞서는 전통 강자들
라브4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위기감을 느낀 전통 강자들의 반격도 본격화됐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약 46조 원을, GM은 약 50조 원을 투입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들의 목표는 중앙 집중형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해 차량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뇌’에서 통제하고, 이를 통해 OTA 업데이트 능력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GM은 2028년 출시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에 차세대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OTA 업데이트 속도를 10배, 데이터 처리 대역폭을 1,000배, 인공지능(AI) 성능을 35배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의 비장의 무기 플레오스
현대차그룹 역시 SDV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중심에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플레오스(Pleos)’가 있다. 플레오스는 차량 운영체제(OS)와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음성 비서 ‘글레오 AI’를 하나로 묶은 구조다. 이를 통해 차량의 모든 기능을 유기적으로 제어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2027년 4분기,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첫 양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SDV 아키텍처 도입으로 부품 수를 기존 48개에서 16개로 대폭 줄이고, 배선 구조도 22%나 간소화해 생산 효율성까지 높인다는 복안이다.
승부처가 될 2027년
토요타 또한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린(Arene)’을 신형 라브4에 처음 적용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SDV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양산차 출시 시점을 2027년 전후로 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7년이 SDV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때부터 소비자들이 실제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향후 10년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누가 더 안정적이고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