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완성되지 않은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결국 차주 98명 집단 소송으로.

‘약속한 적 없다’는 테슬라... 세계 최초 판결에 쏠리는 시선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을 둘러싼 오랜 논란이 드디어 법적 심판대에 올랐다. 9년이라는 긴 기다림에 지친 국내 차주들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자동차 업계의 미래 기술 판매 방식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장기간의 기다림’을 계약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미래 기능’이라는 모호한 약속에 대한 ‘계약의 해석’, 그리고 국내 판매 차량의 ‘기술적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법원은 9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판단할까.

9년의 기다림, 결국 법정으로 향하다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테슬라 FSD / 사진=테슬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번 소송에는 테슬라 차주 9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FSD 옵션을 구매했지만, 핵심 기능이 약속과 달리 수년째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구매 대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 측은 2017년부터 판매된 FSD 옵션이 9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한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차선 유지 보조 등 제한적인 기능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상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이므로, 지불한 비용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약속한 적 없다 vs 사실상 이행 불능



법정에서 테슬라코리아 측의 주장은 단호하다. 차량 구매 계약서에 특정 시점까지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명확히 약속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 도입이 지연되는 데에는 각국의 규제 환경 등 외부 요인도 작용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차주들은 ‘완전자율주행’이라는 명칭 자체가 소비자에게 강력한 기대를 심어주었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수차례 곧 기술이 완성될 것처럼 언급해 온 점을 반박 근거로 내세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은 발전하겠지만, 9년이라는 기간은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지연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산 하드웨어, 국내 차주의 발목 잡나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 판매된 테슬라 차량 상당수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차량에 탑재된 하드웨어가 완전한 FSD 기능을 구현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 차량 약 4만 8천 대 중 대다수가 해당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FSD 옵션 비용을 지불한 국내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기능을 온전히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첫 판결의 의미



FSD 관련 분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호주,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판결 전 테슬라가 자발적으로 환불을 진행하며 분쟁을 마무리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법원의 판결은 FSD 관련 분쟁 중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사법적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5월 말로 예정된 최종 변론 이후 나올 판결은 ‘미래 기술’을 선판매하는 업계 관행 전반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