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공개되자 구형이 불티나게 팔려… 자동차 시장 공식 뒤집은 이례적 현상
“아반떼는 부담스러워”... 2030 사회초년생들이 ‘이 차’로 몰려가는 진짜 이유

베뉴 실내 / 현대자동차
베뉴 실내 / 현대자동차




신차가 공개되면 기존 모델의 판매가 급감하는 것은 자동차 시장의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이례적인 사례가 등장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출시 6년 차에 접어든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베뉴’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자동차 판매 실적에 따르면 베뉴는 지난 11월 한 달간 1,468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월 556대 대비 무려 164% 폭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월간 판매량일 뿐만 아니라, 2020년 12월(1,475대) 이후 약 5년 만에 기록한 최고 실적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시장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예상 뒤엎은 판매량 역주행



올해 베뉴의 월 1,000대 이상 판매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단 한 차례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1,000대 고지를 한 번도 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수년간 판매 감소세를 보이며 단종설까지 돌았던 모델이 다시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판매량 급증은 일시적인 프로모션 효과로만 보기 어렵다. 누적 판매 흐름을 보면 소비자들의 평가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시장에서 잊혀 가던 노장 모델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베뉴 / 현대자동차
베뉴 / 현대자동차


신형 공개가 불붙인 구형 인기



베뉴의 판매 역주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차세대 베뉴 모델이 공개된 시점과 맞물려 기존 모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통상 신모델이 등장하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거나 신차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구형 모델의 인기는 빠르게 식는다.

하지만 베뉴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형 모델 공개 이후 오히려 기존 모델의 ‘가성비’가 부각된 결과로 분석한다. 전반적인 신차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즉시 출고가 가능한 현행 베뉴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신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구성을 선택하는 실속형 소비자가 늘어난 셈이다.

가성비로 다시 보게 된 사골 모델



베뉴 / 현대자동차
베뉴 / 현대자동차


베뉴 역주행의 핵심 배경에는 역시 ‘가격’이 있다. 생애 첫 차로 인기가 높은 아반떼는 물론 경차인 캐스퍼조차 옵션을 조금만 더하면 2,0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폭이 제한적이었던 베뉴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판매 반등의 중심에는 1,926만 원부터 시작하는 ‘스마트’ 트림이 있다. 1열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 모니터, 스마트키 등 실제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을 기본으로 제공하면서도 가격 부담을 낮췄다. 사회초년생과 여성 운전자, 그리고 가정의 두 번째 차인 세컨드카 수요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업계에서는 2세대 베뉴의 국내 출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형 SUV 캐스퍼와 소형 SUV 코나 사이에서 판매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행 베뉴의 가성비 중심 역주행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베뉴 / 현대자동차
베뉴 / 현대자동차


베뉴 / 현대자동차
베뉴 / 현대자동차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