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차 주행감에 장거리 능력까지… 충전 걱정 없는 신개념 전기차 등장
2026년 양산 목표, 북미 시장 정조준… 현대차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 ‘EREV’ 기술
2026 싼타페 XRT/출처-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시대의 과도기적 해법으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기차의 주행 성능과 내연기관의 장거리 운행 능력을 결합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차는 브랜드 첫 EREV 모델로 글로벌 인기 SUV ‘싼타페’를 낙점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싼타페 EREV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특히 장거리 이동이 잦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 모델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이 엔진과 모터가 번갈아 또는 함께 구동에 개입했다면, EREV는 오직 전기모터로만 바퀴를 굴린다. 엔진은 배터리 충전만을 위한 ‘발전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적인 차이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하고 강력한 주행감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방전 걱정 없이 수백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싼타페 EREV가 한 번의 주유와 충전으로 최대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직렬형 하이브리드 심장 얹은 싼타페
2026 싼타페/출처-현대차
싼타페 EREV의 핵심은 ‘직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 방식은 엔진이 구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오직 발전용으로만 쓰이기 때문에, 항상 최적의 효율 구간에서 작동시켜 연비와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차량의 실질적인 구동은 100% 전기모터가 책임져 즉각적인 가속감과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한다.
외관상으로는 기존 싼타페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EREV 모델만의 특징도 존재한다. 전기 충전 포트와 주유구가 함께 마련되며, 발전용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처리하기 위한 머플러가 후면부에 장착된다. 이는 싼타페 EREV가 순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특징을 모두 품은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차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2026년 양산 목표 북미 시장 정조준
2026 싼타페/출처-현대차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까지 싼타페 EREV의 핵심 부품 검증을 마치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양산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생산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유력하다. 현지 생산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발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총출동한다. 엔진 제어기는 현대케피코가, 배터리 시스템과 고전압 부품 통합 기술은 현대모비스가 담당하는 등 그룹사 간 시너지를 통해 개발 효율과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싼타페 EREV를 일회성 모델이 아닌, 향후 여러 차종으로 확대 적용할 핵심 전동화 기술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EREV 기술
2026 싼타페/출처-현대차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EREV 기술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도 전기차의 장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의 BYD, 샤오미 등은 직렬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유럽의 볼보 등도 관련 기술을 테스트 중이다.
현대차 역시 싼타페를 시작으로 향후 제네시스 GV 라인업 등 프리미엄 모델까지 EREV 기술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기차로의 완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려는 현대차의 유연한 전동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싼타페 EREV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6 싼타페 XRT/출처-현대차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