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파산과 사후관리 공백
부품 공급부터 진단·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
전기차를 고를 때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는 꼼꼼히 따져도, 제조사의 존속 가능성은 계약서 밖의 변수로 밀리기 쉽다. 차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더라도 회사가 문을 닫으면 부품을 주문하고 고장 원인을 확인할 통로가 함께 좁아질 수 있다.
중국에서 불거진 ‘고아차’ 논란은 할인 가격 뒤에 가려진 사후관리 문제를 드러냈다. 당장 고장 난 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음 정비 때 책임질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지 업체의 경영난이 이어지며 판매 이후 지원을 누가 맡는지가 구매 판단의 변수로 떠올랐다. 부품 재고와 정비망뿐 아니라 전용 진단 장비와 소프트웨어 접근성도 차주의 유지비와 수리 기간에 영향을 준다.
중국 전기차 업체 경영난과 판매 규모
2025년 5월까지 파산·청산 또는 사실상 운영 중단에 놓인 중국 신에너지차 업체 23곳의 누적 판매량은 민간 집계 기준 약 85만대로 추산됐다. 이 수치는 고장이나 폐차가 확인된 차량 대수가 아니라, 해당 업체들이 그때까지 판매한 차량의 규모다.
따라서 집계에 포함된 차량 전체가 지원을 중단당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업체별 상황과 인수·정비 체계가 다르며, 판매된 차 가운데 지금도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포함된다.
10월 말에는 관련 후속 보도가 이어지며 판매 이후 지원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차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보다 부품 주문 창구와 보증 이행 주체가 실제로 남아 있는지가 더 직접적인 문제다.
부품과 진단 장비, 달라지는 수리 조건
독립 정비소나 다른 업체의 정비망이 지원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지만, 모든 차량이 같은 방식으로 수리되는 것은 아니다. 차종 전용 부품이 끊기거나 진단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 어려워지면 일반 정비소를 찾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차량 기능이 제조사 서버나 서비스에 연결돼 있을수록 관리 권한과 데이터가 제조사 쪽에 남는 경우도 있다. 기계 부품이 멀쩡해도 업데이트나 고장 진단에 필요한 접근이 막히면 수리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증 기간이 길다는 표시도 실제로 책임을 이행할 회사가 있어야 효력을 갖는다. 계약 전에는 보증을 제공하는 법인이 어디인지, 판매사가 바뀌거나 제조사가 운영을 중단해도 보증이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할인 조건과 국내 서비스망 점검
중국 업체의 경영난을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중국 전기차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제조사와 수입사의 재무 상황, 국내 서비스 거점, 부품 공급 방식은 브랜드마다 다르므로 국적만으로 장기 보유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
구매 단계에서는 가까운 서비스센터의 위치와 주요 부품의 국내 공급 체계, 보증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 수백만 원의 할인은 계약 시점에 확인되지만, 수년 뒤 수리 기간과 연락 창구는 판매 조건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판매점이 바뀌더라도 정비와 보증이 이어지는지, 전용 진단이 필요한 고장을 어디서 처리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차량을 오래 탈 계획이라면 가격표와 함께 사후 지원을 책임질 회사의 이름과 절차까지 계약 전에 살펴야 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