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 중국 지리그룹이 테슬라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증가에도 순위가 하락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실감했다.

아이오닉5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이오닉5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테슬라의 시대가 저물고, 그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 지리그룹의 약진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선방했음에도 순위가 하락하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예고했다. 브랜드 다각화, 판매 부진, 그리고 원가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이들의 명운을 갈랐다.

중국 지리그룹, 테슬라 제치고 2위 등극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147만 대로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지리그룹이다. 지리는 222만 대를 판매, 56.8%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단숨에 테슬라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꿰찼다. 1위는 412만 대를 판매한 BYD로, 이로써 글로벌 1, 2위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하게 됐다.

지리의 이러한 급성장은 성공적인 브랜드 다각화 전략 덕분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부터 하이브리드 중심의 ‘갤럭시(Galaxy)’,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링크앤코(LYNK & CO)’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소비자층을 폭넓게 흡수한 것이 주효했다. 주력 모델 ‘스타위시’의 흥행 역시 성장을 견인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링크앤코900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링크앤코900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주춤하는 테슬라, 갈 길 바쁜 현대차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테슬라는 163만 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대비 8.6% 역성장했다. 주력인 모델 3와 모델 Y의 판매 부진이 뼈아팠다. 특히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는 두 자릿수 판매 감소를 기록했으며, 북미 시장마저 세액공제 혜택 종료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며 체면을 구겼다.

현대차그룹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판매량은 61만 대로 11.4% 늘었지만, 경쟁사들의 성장세가 워낙 가팔랐던 탓에 글로벌 순위는 6위에서 7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아이오닉 5와 EV3가 성장을 이끌고 캐스퍼 EV 등 소형 모델이 선전했지만, EV6와 EV9 등 기존 주력 모델의 판매가 둔화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는 원가와 공급망 싸움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은 여전히 1,380만 대 판매, 점유율 64.3%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시장의 위상을 지켰다. 다만 극심한 가격 경쟁과 공급 과잉 우려로 성장세는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반면 유럽은 425만 대(34.9% 성장)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북미는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5.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전기차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기술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원가 구조와 공급망 관리 능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열쇠가 됐다는 분석이다. SNE리서치는 “시장의 중심이 중국에서 유럽, 아시아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에게도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