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리테일 오브 더 퓨처’ 도입으로 딜러 중심 판매 구조 전면 개편. 독일 3사 중 최초 시도.

전국 단일 가격 정책으로 ‘발품’은 옛말이 됐지만, 할인 축소에 대한 우려도 공존. 소비자에게 득일까 실일까?

리테일 오브 더 퓨처 협약식 / 벤츠 코리아
리테일 오브 더 퓨처 협약식 / 벤츠 코리아


“어느 전시장이 가장 저렴한가요?” 메르세데스-벤츠 구매를 앞둔 소비자라면 한 번쯤 던졌을 질문이다. 딜러사마다, 심지어 영업사원마다 달랐던 할인율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헤매고 여러 전시장을 방문하는 ‘발품’은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이 공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벤츠가 국내 수입차 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고 ‘전국 단일 가격’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가격표를 통일하는 것을 넘어, 차량 구매 방식과 딜러의 역할, 그리고 재고 관리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바꾼다. 과연 이번 시도는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독일 3사 최초, 직판제 시대의 개막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오는 13일부터 새로운 판매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 RoF)’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는 본사가 차량 판매의 주도권을 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구조다. 기존 딜러사가 벤츠로부터 차량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되파는 위탁 판매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GLC EV / 벤츠
GLC EV / 벤츠


이는 국내에서 경쟁하는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최초의 시도다. 벤츠는 이미 독일, 호주 등 10여 개 국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한국은 13번째 시행 국가가 된다. 국내 수입차 유통 구조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가장 큰 관심사, 가격과 할인 정책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단연 가격이다. 딜러사 간의 치열한 할인 경쟁이 사라지면 실구매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직판제 도입 초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E클래스 / 벤츠
E클래스 / 벤츠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 측은 직판제가 곧 가격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본사가 시장 상황과 모델별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달 혹은 분기별로 ‘원 앤 베스트 프라이스(One & Best Price)’라는 최적의 가격을 책정해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즉, 시기에 따른 공식적인 프로모션은 존재하지만, 딜러 재량의 비공식 할인은 사라지는 것이다.

재고 관리부터 딜러 역할까지 대대적 변화



가격뿐만 아니라 차량을 인도받는 과정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딜러사별로 보유한 재고가 달라 특정 색상이나 옵션의 차량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곳에 문의해야 했다. 출고 대기 시간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 어워드 / 한성모터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 어워드 / 한성모터스


하지만 직판제 아래에서는 본사가 모든 재고를 통합 관리한다. 소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고를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어 원하는 차량을 더 빠르고 투명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딜러사는 이제 차량 판매를 통한 마진 대신, 고객 상담과 시승, 차량 인도 등을 책임지는 서비스 대행사 역할을 맡는다. 수익 구조 역시 본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중심으로 재편된다.

수입차 시장의 거대한 실험, 성공 여부는



업계는 벤츠의 이번 실험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줄어들면서 영업사원들의 동기 부여가 저하되고, 이는 곧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G클래스 / 벤츠
G클래스 / 벤츠


반면 벤츠는 딜러사들이 재고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게 되면서 오히려 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츠의 이번 도전이 성공한다면, BMW와 아우디 등 경쟁사들 역시 판매 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변화의 성패는 가격 투명성을 넘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