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신차와 전기차에 지쳤다면... 중고차 시장에서 조용히 재평가받는 LPG
장거리 운전자와 정비사들이 입 모아 칭찬하는 이유, 뛰어난 정숙성과 검증된 내구성

쏘나타 택시 LPG 모델 / 현대자동차
쏘나타 택시 LPG 모델 / 현대자동차




비싼 신차 가격과 복잡한 전동화 기술에 피로를 느낀 운전자들이 다시 현실적인 선택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대형 디스플레이 같은 화려한 키워드로 가득하지만, 소비자들의 실제 체감은 다르다.

차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구매 자체가 부담이 됐고,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수리와 유지보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특히 차를 오래 소유하려는 실속파 소비자일수록 몇 년 뒤에도 부담 없이 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LPG 차량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신 유행의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검증된 구조와 안정적인 유지비로 실사용 관점에서 손해 보지 않는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스포티지 LPG 모델 실내 / 기아
스포티지 LPG 모델 실내 / 기아


하루 수백 km 달리는 사람들의 선택



택시 기사나 영업직, 장거리 출퇴근 운전자처럼 자동차를 생업의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의 선택은 늘 보수적이다. 이들은 화려한 광고나 이미지보다 실제 경험을 우선하며, 예기치 않은 고장이 하루의 일정과 수입을 망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LPG 차량은 오래전부터 ‘문제 적은 차’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잔고장이 적고, 주행 감각이 오랜 기간 유지되며, 갑작스러운 수리로 생업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드물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루하루의 운행으로 수익과 일정이 결정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험은 바로 ‘고장’이다. LPG는 그 위험을 최소화하는 연료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실제 사용자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이 중고차 시장에서 다시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LPG 도넛 탱크 / 르노
LPG 도넛 탱크 / 르노


엔진 속이 깨끗하면 수명이 달라진다



자동차의 수명은 결국 엔진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정비 업계에서 LPG 차량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연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LPG는 연소 과정에서 불순물과 카본(탄소 찌꺼기) 생성이 가솔린이나 디젤에 비해 현저히 적어 엔진 내부가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가솔린 차량은 장기간 운행 시 피스톤과 밸브 주변에 찌꺼기가 쌓이기 쉬운데, 이것이 누적되면 출력 저하와 소음, 진동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LPG 엔진은 같은 주행거리에서도 내부 마모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행거리가 30만 km, 50만 km를 넘어도 시동성과 주행 질감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스포티지 LPG 모델 엔진룸 / 기아
스포티지 LPG 모델 엔진룸 / 기아


정숙성과 유지비 장거리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LPG 차량을 경험해 본 운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장점은 단연 정숙성이다. 정차 시 엔진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낮아 장시간 운전할수록 피로도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하루 몇 시간씩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사람에게 소음과 진동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누적된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여기에 유지비 계산이 비교적 쉽다는 점도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연료비는 휘발유 대비 꾸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체감 차이는 더욱 커진다. 엔진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소모품 관리도 수월하며, 고가의 전자 부품 교체 부담이 적다는 점도 유지비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충전 걱정 옛말 중고차 시장이 가치로 답한다



과거 LPG 차량의 단점으로 꼽혔던 충전소 접근성은 이제 옛말이 됐다. 현재는 도심 주유소 상당수가 LPG 충전을 함께 운영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쉽게 충전소를 찾을 수 있어 불편함이 크게 해소됐다. 충전 속도 또한 빨라 일반 주유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중고차 시장은 관리가 까다롭거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차를 빠르게 외면한다. 그럼에도 LPG 차량은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택시나 법인 이력 차량은 주행거리가 많더라도 정기적인 점검 기록이 남아있어 오히려 신뢰도를 높게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 시장에서 LPG가 다시 보이는 이유는 더 빠르고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오래 타도 부담이 덜한 차를 찾는 합리적인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