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수입 플래그십 세단 시장, BMW 7시리즈가 벤츠 S클래스 제치고 1위 등극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의 ‘절대반지’로 통하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왕이 등극했다. 주인공은 바로 BMW 7시리즈. 2025년 상반기, 무려 2,885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오랜 라이벌 S클래스(약 2,544대)를 당당히 앞질렀다. 이는 단순한 판매량 역전을 넘어, 럭셔리 세단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BMW 7시리즈 측정면 (출처=BMW)
BMW 7시리즈 측정면 (출처=BMW)


‘골라 타는 재미’, 파격적인 라인업

성공의 비결은 단순했다. BMW는 고객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대신 ‘모든 선택지’를 제공했다. 길이 5,390mm, 휠베이스 3,215mm의 위풍당당한 차체는 하나지만, 그 안에는 완전히 다른 심장이 뛴다.

상반기 판매량의 절반 이상(1,512대)을 이끈 베스트셀러 ‘740i xDrive’는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6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회장님 차’의 정석을 보여줬다. 반면, ‘740d xDrive’는 12.5km/L라는 놀라운 연비와 강력한 토크로 장거리 주행이 잦은 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BMW 7시리즈 측정면2 (출처=BMW)
BMW 7시리즈 측정면2 (출처=BMW)
BMW의 진짜 승부수는 순수 전기 모델인 ‘i7’이었다. S클래스가 전기차를 ‘EQS’라는 별도 모델로 분리한 것과 달리, BMW는 7시리즈 라인업에 i7을 완벽하게 통합했다. 내연기관과 동일한 디자인과 편의 사양을 누리면서도, 미래의 동력원을 택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바로 S클래스가 주지 못한 ‘선택의 즐거움’이었다. 특히 고성능 버전인 ‘i7 M70 xDrive’는 650마력이라는 폭발적인 힘으로 거대한 차체를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로 catapult한다.

‘움직이는 영화관’, 럭셔리의 개념을 바꾸다

BMW의 두 번째 무기는 ‘경험’이었다. S클래스가 최고급 가죽과 우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고급스러움에 집중했다면, 7시리즈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경험을 선사했다.
BMW 7시리즈 실내 2열시트 (출처=BMW)
BMW 7시리즈 실내 2열시트 (출처=BMW)


그 정점은 뒷좌석 천장에서 스르륵 내려오는 31.3인치 ‘시어터 스크린’이다. 8K의 초고화질 해상도로 넷플릭스, 유튜브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차 안은 달리는 VOD 라운지로 변신한다. 이는 단순히 ‘보는’ 즐거움을 넘어, 차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이었다.

여기에 도로 상태를 미리 읽고 서스펜션을 조절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승차감을 만드는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 기술과 칸 영화제 초청 같은 VIP 마케팅이 더해지며, BMW는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를 넘어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2025년 상반기의 순위 변동은 예견된 결과였다. 아날로그 시대의 럭셔리가 저물고,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 BMW 7시리즈의 완벽한 승리다. 럭셔리 세단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음을 선언한 셈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