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홍수 끝내고 AI·SDV 기술 전쟁터로 변한 CES 2026
현대차 로보틱스·BMW 음성비서 등 ‘똑똑한 차’ 생존 전략 눈길
CES2026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조명 아래 개막한 ‘CES 2026’ 현장 분위기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를 장악했던 신형 전기차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그 빈자리는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로봇이 채우며 모빌리티 산업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전기차 거품 빠지고 실력 싸움 시작됐다
과거 CES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경연장이었다면, 올해는 ‘기술력’을 증명하는 시험대로 변모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예고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보조금 축소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순한 전동화 모델 출시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나 투자자의 이목을 끌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입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얼마나 더 멀리 가는가’인 하드웨어 스펙이 아닙니다. ‘얼마나 더 똑똑한가’를 겨루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술력이 생존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전동화가 기본값이 된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현대차, 자동차 제조사 꼬리표 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라는 낡은 옷을 완전히 벗어던졌습니다. 현대차가 제시한 미래는 인간을 닮은 로봇과 완전 자율주행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해 공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56개의 관절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50kg의 중량을 들어 올리는 이 로봇은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작동하며 로보틱스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모셔널과 함께 개발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실제 서비스 투입을 알렸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도심을 누비게 될 이 완전 무인 자율주행 차량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먼 미래가 아님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충전과 주차까지 로봇이 알아서 해결하는 생태계를 통해 모빌리티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대화하는 자동차, BMW의 반격
CES2026 최고혁신상 수상 현대차 ‘모베드’ / 사진=현대모터그룹
독일의 자존심 BMW 역시 하드웨어보다는 ‘지능’에 집중했습니다. 공개된 차세대 전기 SUV ‘뉴 iX3’는 1회 충전 805km라는 주행거리보다, 차량에 탑재된 ‘뇌’가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동차 업계 최초로 아마존의 ‘알렉사 플러스’ 기술을 적용해,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운전자는 복잡한 버튼 조작 대신 말 한마디로 차량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시속 130km까지 핸즈프리 주행을 지원하는 고속도로 주행 어시스턴트 기능 역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뒷받침된 결과물입니다. 이제 자동차 시장은 굴러가는 기술이 아닌, 생각하는 기술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