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떠나기 좋은 성지순례 해외 여행지
불교·가톨릭·명상 성지 추천
새해는 마음을 정리하고 방향을 다시 세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성지순례’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하나의 내면 여행이 된다. 화려한 명소보다 오래된 신앙과 시간이 축적된 공간을 걷는 경험은, 새해의 다짐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한국에서 출발해 비교적 접근성이 좋고, 역사적·종교적 의미가 분명한 해외 성지순례 여행지를 중심으로 새해에 어울리는 목적지를 살펴봤다.
사진=Nara Visitors Bureau
불교 수행의 시작점, 일본 교토·나라
일본 교토와 나라는 동아시아 불교 문화의 핵심 거점이다. 교토에는 기요미즈데라, 료안지, 긴카쿠지 등 일본 불교 각 종파의 본산급 사찰이 모여 있다. 특히 료안지의 돌정원은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덜어낸 공간으로, 명상과 사색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나라의 도다이지 대불전과 호류지는 일본 불교의 출발을 상징하는 장소로, 수백 년의 시간이 쌓인 공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속도가 낮아진다. 한국에서 비행 시간이 짧아 2~3일 일정으로도 가능한 점은 새해 첫 해외 성지순례지로서의 장점이다.
사진=뤄양 백마사
불교 전래의 길을 걷다, 중국 시안·뤄양
중국 시안과 뤄양은 불교가 실크로드를 따라 동아시아로 전파된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이다. 뤄양의 백마사는 중국 최초의 불교 사찰로 공식 인정된 곳으로, 한국 불교 역시 이 계보의 영향을 받았다. 시안의 대안탑과 소안탑은 현장 스님이 불경을 번역하던 장소로, 불교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사찰 방문이 아니라 ‘불교가 전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경험은 새해의 다짐을 보다 역사적인 맥락 속에 놓이게 한다.
사진=산 아구스틴 성당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마닐라의 산 아구스틴 성당은 아시아 최고(最古)의 석조 성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산토 토마스 대성당과 인근 성지들은 현재도 신앙 활동이 이어지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가톨릭 신자에게는 물론, 종교를 떠나서도 신앙이 한 사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순례지다. 비교적 합리적인 여행 비용과 접근성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사진=성 베드로 대성당, 인터파크투어
로마와 바티칸은 전 세계 가톨릭의 중심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박물관, 성 바오로 대성당은 관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신앙과 순례를 위해 존재해온 공간이다. 수세기에 걸쳐 이어진 신앙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경험은 개인의 고민을 한층 넓은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이게 만든다. 새해를 맞아 삶의 방향과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싶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성지순례 코스다.
사진=프랑스 루르드
프랑스 남서부의 루르드는 성모 발현지로 알려진 세계적인 가톨릭 성지다. 교황청이 공식 인정한 발현지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순례자가 찾는다. 루르드의 분위기는 화려함보다는 고요함에 가깝다. 기도와 묵상을 중심으로 한 일정은 새해를 맞아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신앙 여부를 떠나, 치유와 회복이라는 주제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된다.
사진=보드가야
깨달음의 자리, 인도 보드가야
보드가야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로,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로 꼽힌다. 마하보디 사원과 보리수는 전 세계 불교 신자들이 평생 한 번은 찾고 싶어 하는 순례지다. 이동과 일정의 부담은 있지만, 그만큼 강렬한 경험을 남긴다. 새해를 맞아 삶의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보드가야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성지순례는 내면 여행이다. 유명한 명소를 빠르게 소비하는 대신, 한 공간에 오래 머물며 걷고, 생각하고, 돌아보는 시간이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고 싶은 이들이라면, 올해의 첫 여행을 성지순례로 시작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