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로컬100’에 선정된 이유, 직접 가보니 알았다
400년 된 돌담길 위로 붉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옻골마을 전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박제된 민속촌이나 인위적으로 만든 세트장과는 결이 다르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10여 가구가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공간, 바로 대구 옻골마을 이야기다. 이곳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로컬100’에 이름을 올리며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사람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 마을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400년 역사를 품은 돌담길과 고택, 그리고 여름의 절정에만 볼 수 있다는 특별한 풍경 속에 그 답이 있다. 마을의 고즈넉한 일상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400년 세월이 쌓인 돌담길이 문화재가 된 이유
대구 옻골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양지뉴 필름
마을의 역사는 1616년, 광해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암 최동집 선생이 이곳에 정착하며 경주 최씨 집성촌이 형성된 것이 시작이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마을을 구불구불 감싸고도는 돌담길은 흙과 돌을 섞어 쌓아 올린 토석담으로, 그 자체로 국가등록문화재다. 인공적인 접착제 없이 오직 자연 재료만으로 쌓아 올린 이 길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 어귀의 비보숲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령 350년에 달하는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울타리 역할을 해왔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옻골마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기와와 흙담 위로 8월의 붉은 꽃이 피어난다
옻골마을 한옥스테이 / 사진=명품옻골1616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옻골마을은 가장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바로 한옥 기와와 흙돌담 위로 만개하는 배롱나무꽃과 능소화 덕분이다.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백일홍, 즉 배롱나무꽃이 고택의 고즈넉함과 어우러져 수려한 여름 경관을 만들어낸다.
주홍빛 능소화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진다. 잘 가꾼 인공 정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간의 손때가 묻은 돌담과 소박한 꽃의 조화가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숨겨진 아름다움이다.
단순한 고택이 아닌 학문의 중심지였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백불암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핵심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양반 가옥이 아니었다. 1753년에 지어진 보본당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유형원의 저서 ‘반계수록’의 교정 작업이 이뤄졌다.이는 옻골마을이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조선시대 중요한 학술 활동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목조 구조와 가구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옻골마을은 전체가 완만한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다. 전체를 걷는 데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만큼 사생활을 존중하는 조용한 관람 에티켓은 필수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