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타고 상륙한 ‘V-콘텐츠’, K-콘텐츠 아성 위협하나…
‘베트남판 테이큰’부터 아이돌 주술 공포까지…넷플릭스 베트남 추천작 4선
‘베트남’ 하면 쌀국수나 커피를 떠올리던 시대는 지났다.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쓰는 동안, 베트남 역시 자국 콘텐츠의 힘을 무섭게 키워왔다.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는 자국 영화가 박스오피스 흥행 기록을 연이어 갱신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작품도 늘고 있다.국내 기업인 CJ ENM이 일찌감치 베트남 현지 제작사와 협력해 시장을 공략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은 ‘우리 이야기’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만들어냈고, 이는 베트남 영화 산업의 질적, 양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나 한국 대비 낮은 제작비는 여전히 이점이지만, 이제 베트남 영화는 단순히 ‘저렴한’ 콘텐츠가 아닌, 특유의 문화와 정서를 담아낸 ‘차별화된’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지금 가장 뜨거운 베트남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베트남판 테이큰’의 격렬한 분노
베트남 영화 분노 (Furie, 2019) / 넷플릭스
시골 마을에서 딸과 조용히 살아가던 전직 갱단원 ‘하이퐁’. 어느 날 딸이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자, 그녀는 과거의 폭력적인 본능을 모두 깨워 딸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추격을 시작한다. 영화는 오토바이 추격전부터 처절한 근접 격투까지, 100분 내내 숨 쉴 틈 없는 액션을 밀어붙인다. 특히 무술 실력자인 응오 타인 반의 퍼포먼스는 단연 압권이다. 모성애라는 보편적 감성에 베트남 특유의 거친 액션을 결합해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90년대 사이공의 거친 숨결, <분노의 탄생>
베트남 영화 분노의 탄생 (The Birth of Fury, 2023) / 넷플릭스
주인공 ‘럼’은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분노를 억누르며 살아가지만, 불의가 자신을 덮치자 결국 폭발한다. 영화는 90년대 홍콩 영화를 연상시키는 B급 감성과 투박하지만 거친 액션으로 채워져 있다. 전작 <분노>의 세계관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한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공개 당시 일부 국가에서 탑 10에 오르며 B급 액션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다.
K-POP 닮은 연예계의 그림자, <수호인형>
베트남 영화, 수호인형 (The Guardian, 2021) / 넷플릭스
유명 아이돌 가수가 비극적으로 사망한 후, 그녀의 백업 싱어였던 ‘렁’이 그 자리를 대신해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그녀의 성공 뒤에는 죽은 친구가 가졌던 주술적 ‘수호인형’이 있다. 인형의 힘으로 인기를 얻을수록 렁의 주변에서는 불길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죄의식, 주술적 공포가 얽힌 이 영화는 베트남의 스타 감독 빅터 부가 연출을 맡아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준다.
웃다 울리는 베트남식 신파, <바람둥이 아빠와 나>
베트남 영화, 바람둥이 아빠와 나 (Loved Child, 2022) / 넷플릭스
얼떨결에 아빠가 된 남자의 좌충우돌 육아기는 만국 공통의 소재다. 처음에는 아이를 귀찮아하던 비엣이 점차 부성애를 깨닫고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진다. 베트남식 유머와 함께 다소 ‘신파적’인 감성 코드가 짙지만, 그만큼 가볍게 웃고 울며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