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추석 연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상실의 아픔부터 세대 갈등까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수작들.
단순한 만화 영화가 아닌, 어른들의 마음까지 울리는 깊이 있는 이야기.
길었던 추석 연휴도 이제 막바지다. 오랜만의 귀성길과 손님맞이에 몸과 마음이 지쳤을 법하다.북적였던 집안이 한산해지고, 남은 연휴를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웃고 울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5편을 엄선했다.
런던에 온 꼬마 곰…혈연을 넘어선 따뜻한 연대, ‘패딩턴 페루에 가다’

패딩턴: 페루에 가다! / 넷플릭스
브라운 가족에게 패딩턴은 그저 말하는 곰이 아닌, 아들 같은 소중한 존재다. 패딩턴의 순수함과 친절함은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삭막했던 도시의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영화는 가족이란 피로 맺어진 관계를 넘어, 마음으로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패딩턴이 자신의 뿌리인 루시 아주머니를 찾아 페루로 떠나는 모험을 담은 최신작 ‘패딩턴 인 페루’까지 이어지는 그의 여정은,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조건 없는 사랑과 따뜻한 연대가 주는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이 꼬마 곰의 이야기는 최고의 선택이다.
달을 향한 소녀의 슬픔…상실을 보듬는 사랑, ‘오버 더 문’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 오버 더 문 / 넷플릭스
엄마를 잃은 소녀 ‘페이페이’는 아빠가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지려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엄마가 들려주던 ‘달의 여신 창어’ 전설이 진짜임을 증명해, 영원한 사랑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페이는 직접 로켓을 만들어 달로 떠난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또한 사랑의 한 형태임을 깨닫는 과정을 환상적인 비주얼로 그려낸다.
‘오버 더 문’이 보여주는 가족애의 핵심은 ‘수용’이다. 엄마와의 기억을 간직하는 동시에 아빠의 새로운 행복을 인정하는 페이페이의 성장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달의 세계 ‘루나리아’의 화려하고 독창적인 시각 효과는 감탄을 자아내며, 슬픔을 이해하고 포용으로 나아가는 감정선을 아름답게 뒷받침한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불완전함을 사랑하는 법,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 넷플릭스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 목수 제페토가 만든 피노키오는 순종적이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아버지는 처음에 그런 피노키오를 진짜 아들로 인정하지 못하며 갈등을 겪는다.
이 작품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랑’이다. 제페토가 피노키오의 다름과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부자 관계가 완성된다.
피노키오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은, 사랑이란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본질임을 역설한다.
정교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성취와 더불어, 어른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압권이다.
괴짜 가족, 세상을 구하다…소통으로 극복하는 세대 차이,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The Mitchells vs. the Machines) / 넷플릭스
이들의 어색한 가족 여행길에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키고, 미첼 가족은 인류를 구할 유일한 희망이 된다.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로봇의 반란이라는 SF 설정 속에서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회복’이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위기 속에서 서로의 단점이 아닌 강점을 발견하고 힘을 합치는 과정은 짜릿한 쾌감과 함께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특히 아빠가 딸이 만든 영상을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세대 갈등으로 멀어졌던 모든 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관통한다.
빠르고 감각적인 연출과 쉴 틈 없이 터지는 유머 속에 가족 화합의 메시지를 영리하게 녹여낸 수작이다.
“우리가 진짜 가족을 찾는다”…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의 용기, ‘윌러비 가족’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 윌러비 가족 / 넷플릭스
동화 같지만 어딘가 서늘한 이 설정은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혈연으로 맺어졌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스스로 사랑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보모 ‘린다’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결말은, 가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용기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과 풍자가 섞인 블랙 유머가 돋보이며, 가족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