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 장윤주를 발굴하고 앙드레김 쇼를 지휘했던 패션계 대모
지병 악화로 세상 떠나자 황재근 등 동료 디자이너들 추모 잇따라
1세대 모델로 꼽히는 정소미 더모델즈 대표의 생전 모습. 황재근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 패션계에 큰 별이 졌다. 1세대 모델이자 수많은 톱모델을 길러낸 ‘대모’ 정소미 더모델즈 대표가 지난 28일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었다.
런웨이를 직접 창조하는 연출가였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까지 업계를 지킨 ‘철의 여인’으로 불렸다. 그녀가 남긴 발자취는 한국 패션사 그 자체였다. 화려한 조명 뒤, 그녀가 걸어온 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고인은 1982년 패션모델로 데뷔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당시 모델이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 그녀는 서구적인 마스크와 독보적인 분위기로 런웨이를 장악하며 한국 1세대 모델 시대를 열었다.
정상에 오른 그녀는 안주하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단순한 모델이 아니었던 그녀의 진짜 꿈
그녀는 왜 런웨이를 걷는 대신 무대 뒤를 선택했을까. 모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녀는 1999년 돌연 연출가로 변신을 선언한다. 모델 에이전시 ‘더모델즈’를 설립하고 후배 양성과 패션쇼 연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안목은 탁월했다. 현재 대한민국 톱모델로 꼽히는 장윤주를 비롯해 수많은 인재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단순히 걷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모델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극대화하는 멘토로 존경받았다.
만약 당신이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후,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정소미 대표는 그 길을 묵묵히 걸었다. 앙드레김, 이상봉 등 당대 최고 디자이너들의 쇼를 지휘했고, K-패션의 위상을 알린 서울패션위크 총괄 연출을 맡아 무대의 기틀을 다졌다.
암 투병도 막지 못한 패션 열정, ‘철의 여인’
그녀의 열정은 건강 문제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암 투병이라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그녀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사단법인 한국패션모델예술협회를 설립하는 등 업계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최근 병마가 재발해 결국 눈을 감았다는 소식에 패션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디자이너 황재근은 SNS를 통해 “확고한 신념과 통찰력으로 패션쇼 무대를 호령하신 분”이라며 “병마 속에서도 패션을 사랑한 패션계의 ‘철의 여인’이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30일 오전 발인은 엄수됐으며, 사인은 지병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떠났지만, 그녀가 세운 한국 패션쇼 무대의 기틀과 그녀가 발굴한 후배 모델들은 앞으로도 런웨이를 빛낼 것이다. 패션계를 사랑했던 ‘철의 여인’을 향한 추모의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