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호근, 신병으로 고통받다 12년차 무속인의 길 선택
여동생 이어 두 자녀까지 먼저 떠나보낸 가슴 아픈 가족사 고백
사진= MBN ‘특종세상’ 캡처
명품 조연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배우 정호근이 무속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가족사를 고백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신병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은 물론, 여동생과 두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털어놓았다. 지난 5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을 통해 공개된 그의 12년 차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피할 수 없었던 운명, 신의 길
정호근은 1984년 데뷔 이래 선 굵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였다. 그런 그가 돌연 배우 활동을 중단하고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바로 ‘신병’ 때문이었다.
그는 “몸 이곳저곳이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며 당시의 고통을 회상했다. 심지어 “귀에서 벌 날리는 소리 같은 환청이 하루 종일 들려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환청과 환각 증세가 심해지자 정신병까지 의심할 정도였다.
알고 보니 그의 친할머니 역시 무속인이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신의 기운은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정호근은 “누나, 여동생, 그리고 나까지 세 사람이 신의 환란을 겪었다”며 “내가 신내림을 거부하면 그 화가 가족에게 미칠까 두려워 결국 내림굿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가슴에 묻은 두 아이와 먼저 떠난 동생
신내림을 받았지만, 가족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년간 투병하던 여동생마저 지병으로 잃었다. 동생의 납골당을 찾은 그는 “모든 것이 다 내 탓 같다”며 후회의 눈물을 쏟아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더욱 가슴 아픈 사연은 먼저 떠나보낸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호근은 다섯 남매 중 두 아이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큰딸은 태어날 때부터 폐동맥 고혈압과 심장병을 앓아 일반인처럼 살 수 없었다”고 말했으며, “막내아들은 낳은 지 단 3일 만에 내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아내와 20년째 별거 중이며 다른 가족들은 모두 미국으로 보낸 채 10년째 신당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무속인이라는 직업이 가족에게 폐가 될까 봐 아이들과의 시간마저 포기했다”며 “떳떳하고 당당한 일이라 생각하지 못해 늘 쉬쉬하며 숨기 바빴다”고 털어놓았다.
한때는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던 명품 배우에서, 이제는 다른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무속인이 된 정호근. 그의 기구한 삶과 눈물 어린 고백에 많은 이들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