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 순수 전기차 ‘폴고레’ 재고 누적으로 최대 7천만 원 할인
성능보다 ‘감성’ 원했던 소비자들... 브랜드 정체성 잃자 싸늘한 외면
그레칼레 폴고레 실내 / 마세라티
이는 고성능만으로는 마세라티 고유의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브랜드 정체성을 잃은 럭셔리카의 현주소를 자세히 짚어본다.
배기음 사라지자 751마력도 외면
마세라티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751마력이라는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아름다운 GT 비율의 차체는 그대로지만, 마세라티의 심장이자 상징이었던 V6 트로페오 엔진의 날카로운 배기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소비자들은 전기모터의 조용한 주행감보다 심장을 울리는 ‘청각적 쾌감’을 마세라티다움의 본질로 여겼다. 수천만 원의 할인이 사라진 배기음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가 단순히 제원표 상의 숫자에만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 마세라티
SUV 시장에서도 ICE 선호 뚜렷
이러한 현상은 SUV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 역시 약 3,400만 원의 할인이 적용되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105kWh 대용량 배터리와 549마력의 준수한 성능을 갖췄음에도, 소폭의 할인만 제공하는 내연기관 모델 ‘그레칼레 모데나’보다 인기가 현저히 낮다.동일한 차체를 공유하는 모델 사이에서도 럭셔리 SUV 고객들은 전기차(EV)보다 내연기관(ICE) 모델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소비층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그레칼레 폴고레 / 마세라티
브랜드 가치 훼손하는 독이 된 할인
전문가들은 마세라티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기존 오너들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쌓아온 희소성과 고급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경쟁사인 BMW나 벤츠 등이 전기차 일변도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이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과 비교하면, 마세라티의 행보는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당장의 재고 소진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마세라티의 파격 할인은 전기차 시대에 럭셔리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단순한 출력이 아님을 시사한다. 무색무취의 전기 파워트레인 안에서 마세라티만의 강렬한 전율과 감성을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고액의 할인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그릴/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 마세라티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