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상징으로 불렸던 1세대 그랜저의 유산
최신 모델에서 38년 전 디자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
1세대 그랜저 / wikimedia BS105
1986년, ‘각그랜저’로 불린 1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당시 1,7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이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성공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이 기억은 현재 4050 세대에게 깊이 남아있다.
최근 출시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 역시 이 유산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옛 디자인을 흉내 낸 것이 아니다. 현대차는 과거의 특정 요소를 가져와 현재의 디자인 언어와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복고풍 유행을 따르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 곳곳에는 38년의 시간을 잇는 의도적인 장치가 숨어있다.
1세대 그랜저 / wikimedia Sim1992
단순한 차가 아닌 시대의 상징이 된 이유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은 직선이 지배했다. 복잡한 곡선 대신 반듯하게 뻗은 차체와 크롬 몰딩은 당시 대형 세단 특유의 권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투박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이러한 디자인은 사회적 이미지와 맞물려 더욱 견고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인물의 차로 자주 등장하며 ‘성공하면 타는 차’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차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선망의 대상이었던 셈이다.
신형 그랜저가 과거와 연결되는 방식
디 올 뉴 그랜저 / 현대자동차
7세대 그랜저는 1세대를 그대로 복원하지 않았다. 전면부에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적용해 미래적인 인상을 강조했지만, 실내와 측면에서는 과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세대 모델을 연상시키는 ‘원 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C필러의 ‘오페라 글래스’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스티어링 휠을 통해 1세대를 기억하는 세대와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든 것이다.
이런 접근은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젊은 세대는 이 차를 최신 대형 세단으로 인식하고, 4050 세대는 익숙한 요소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된다.
그랜저라는 이름이 38년간 힘을 잃지 않은 이유는 세대를 거듭한 역사 때문만은 아니다. 1986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쌓아온 ‘성공’이라는 상징적 가치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세대 그랜저가 과거의 디자인 요소를 재해석한 것은 브랜드의 역사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영리한 선택이다. 자동차가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랜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매우 특별한 사례로 남았다.
디 올 뉴 그랜저 /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 / wikimedia Sim1992
디 올 뉴 그랜저 / 현대자동차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