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그랜저에 밀려 짐 싼 일본 세단, 미국선 때아닌 역주행
2027년 신차급 변화까지 예고하며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때 수입 중형 세단의 대명사였던 혼다 어코드가 한국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국내 소비자의 외면 속에서 조용히 짐을 쌌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판매량이 급증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이는 단순히 시장 환경의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어코드를 둘러싼 세 가지 핵심 변화, 즉 ‘한국 시장 철수’와 ‘미국 판매량 급증’, 그리고 예고된 ‘대규모 부분 변경’은 같은 차가 어떻게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지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단종 모델이지만 북미에서는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선 외면받은 이유가 있었다
어코드가 한국 시장에서 밀려난 배경에는 국산차의 약진이 있다. 현대차 그랜저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어코드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예산이라면 더 넓고 화려한 국산차나 차라리 SUV를 선택했다.
어코드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잔고장 적고 연비 좋은 차라는 이미지는 여전했지만, 국내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강력해진 경쟁자들 사이에서 ‘수입 중형 세단’이라는 위치가 애매해진 것이다. 결국 혼다코리아는 시장 철수라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판매량 급증, 현실적 가치가 통했다
반면 북미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높은 차량 가격과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경제적인 세단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어코드의 본질적인 장점이 다시 빛을 발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높은 연료 효율,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가치가 재평가받은 것이다.
실제 판매량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어코드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만약 당신이 미국에서 연비 좋은 패밀리 세단을 찾는다면, 어코드는 여전히 강력한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졌던 장점이 미국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통했다.
신차급 대규모 부분 변경, 다음 50년을 준비한다
혼다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27년 하반기, 신차에 가까운 대규모 부분 변경 모델을 북미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단순한 연식 변경 수준을 넘어 디자인과 상품성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더 얇고 날렵해진 헤드램프와 새로운 디자인의 그릴, 테일 램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내에는 더 큰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탑재되고, 최근 공개된 신형 프렐류드의 가상 변속 기능 ‘S+ 시프트’가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이 유력하다.
같은 차가 시장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북미에서는 50년 역사를 지닌 세단의 다음 전성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