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옥타는 93마력 감소, 구형 V8 엔진은 단종... 파격적인 변화 맞은 2027년형 라인업

스스로 흠집 메우는 외장 필름부터 6인승 독립 시트까지, 성능 저하 논란을 잠재울 비장의 무기들



랜드로버의 상징과도 같은 오프로더, 디펜더가 파격적인 변화를 맞았다. 2027년형으로 공개된 신형 디펜더 라인업의 핵심은 이례적인 ‘다운그레이드’다. 브랜드의 자존심이었던 고성능 V8 엔진의 출력을 대폭 깎아내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랜드로버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의 신규 트림과 파격적인 실내 구조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성능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다른 가치를 내세워 기존 팬들과 새로운 고객 모두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출력 저하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디펜더가 어떤 반전을 꾀하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자존심이던 V8 엔진 출력을 스스로 깎아낸 배경

논란의 중심은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인 ‘디펜더 옥타’에서 시작됐다. BMW에서 공급받는 4.4리터 V8 가솔린 트윈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엔진의 최고 출력이 기존 626마력에서 533마력으로 무려 93마력이나 급감했다. 토크는 750Nm를 유지했지만, 출력이 크게 줄면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에서 4.2초로 0.4초 느려졌다.

랜드로버 측은 ‘감성’을 이유로 들었다. 정교한 배기 시스템 조정을 통해 수치상 출력은 줄었지만, V8 엔진 고유의 웅장하고 고전적인 배기음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식 변경으로 기존 디펜더 90과 130 모델에 탑재되던 5.0리터 V8 슈퍼차저 엔진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성능 논란 잠재우려 등장한 신규 트림 버텍스

파워트레인의 후퇴와 달리 외관과 라인업 구성은 공격적이다. 랜드로버는 최상위 옥타 바로 아래 등급인 ‘디펜더 버텍스’ 트림을 새롭게 선보였다. 버텍스는 옥타의 근육질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아 대형 프런트 그릴과 오프로드 전용 범퍼를 장착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외장 마감이다.
버텍스 트림 전용으로 무광 ‘파타고니아 화이트 매트 래핑’ 사양을 제공하며, 여기에 미세한 흠집을 스스로 복원하는 ‘자가 치유 필름’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햇빛을 받으면 가벼운 긁힘이 사라지는 기능으로, 험로 주행이 잦은 디펜더 오너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22인치 대구경 휠과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도 기본 사양이다.


패밀리카 시장 노린 6인승 독립 시트의 등장

실내 공간의 변화는 패밀리카 수요를 정조준했다. 디펜더 110 모델에서 브랜드 최초로 ‘3열 6인승(2+2+2)’ 독립형 시트 구조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2열에 팔걸이가 달린 독립식 캡틴 시트 2개를 배치한 것이 핵심이다.

이 구조 덕분에 2열 승객의 장거리 이동 편의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시트 사이에 중앙 통로가 생겨 3열 탑승이 한결 수월해졌다. 2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된다. 또한 시트 사이의 빈 공간을 활용해 유모차나 골프백 같은 부피가 큰 짐을 실을 수 있는 추가 적재 공간도 확보했다.

신형 디펜더는 2025년 상반기부터 전 세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출력은 줄었지만 가격은 기존 억대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며, 향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포드 브롱코, 지프 랭글러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