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천 후반 시작하던 대형 전기 SUV, 파격적인 가격 인하 단행한 진짜 배경

보조금 적용 시 5천만원대 실구매가…‘가성비 트림’의 명확한 장단점 분석



6,197만 원.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에 붙은 새로운 가격표다. 한때 7천만 원대 후반에서 시작했던 가격을 고려하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이번 가격 정책의 배경에는 부진했던 판매 실적, 테슬라 모델 Y 등 강력한 경쟁 모델의 존재, 그리고 원가 절감을 위한 옵션 구성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26년형 EV9에 새롭게 추가된 ‘라이트’ 트림의 등장은 대형 전기차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서울 기준 실구매가는 5,800만 원대까지 떨어진다. 3열 좌석을 갖춘 대형 전기 SUV가 이 가격대에 진입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기아가 자존심을 버리고 가격을 내린 이유





기존 EV9의 높은 가격은 ‘아빠들의 드림카’가 되기엔 분명한 장벽이었다. 7천만 원이 넘는 시작가는 패밀리카를 찾는 대다수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판매량은 기대치를 밑돌았고, 그 사이 시장의 상황은 더욱 빡빡해졌다.

특히 3열 옵션을 갖춘 테슬라 모델 Y의 공세와 곧 출시될 형제차 현대 아이오닉 9의 존재감은 기아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라인업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결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에겐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모델 Y 대신 EV9을 선택지로 올린 소비자들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 Y로 향한다. 가격만 놓고 보면 EV9 라이트 트림의 경쟁력은 상당하다. 보조금 적용 후 실구매가 기준으로 모델 Y 롱레인지 모델보다 수백만 원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차량의 기본적인 체급에서도 EV9이 우위를 점한다. 전반적인 크기와 실내 공간, 특히 3열의 활용성 및 트렁크 적재 공간은 패밀리 SUV로서 EV9의 확실한 강점이다. 물론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나 전용 충전 인프라의 편리함은 여전히 테슬라가 앞서지만, 순수하게 ‘가족용 이동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EV9 라이트의 가성비는 매우 위력적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던 옵션 구성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라이트’ 트림은 파격적인 가격을 위해 많은 것을 덜어냈다. 일부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ADAS)이나 고급 시트 옵션, 편의 사양들이 제외됐다. 소위 ‘깡통’ 트림에 가깝기 때문에, 막상 전시장에서 실물을 보고 상위 트림인 ‘에어’로 계약을 변경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배터리 용량이다. 76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약 416km를 주행한다. 도심과 근교 위주로 운행한다면 부족함이 없겠지만, 장거리 주행이 잦거나 동절기 주행거리 감소가 걱정된다면 99.8kWh 배터리가 탑재된 롱레인지 모델이 더 나은 선택이다. 자신의 주행 패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EV9 라이트 트림은 3열 공간이 필수적인 가족 단위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5천만 원대 대형 전기 SUV라는 조합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기아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만큼, 이제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자신의 필요와 예산을 저울질할 차례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