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압도적 독주 속에서 조용히 점유율을 넓히는 중국 브랜드의 등장.
전통 강자였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BYD 돌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특히 디젤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강자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점유하는 모양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테슬라와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친 중국 브랜드가 자리한다. 본격적인 전동화 흐름 속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지난 4월 통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 4천 대에 육박하며 전년 동기 대비 58% 가까이 폭증했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은 전기차가 이끌었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확정되면서 미뤄졌던 출고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
독일차 아성 무너뜨린 테슬라, 정말 대안이 없었나
BYD 돌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달 수입차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테슬라였다. BMW(6,658대)와 메르세데스-벤츠(4,796대)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13,190대를 홀로 등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모델Y 프리미엄 모델은 9,300대 이상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고, 모델3 롱레인지가 그 뒤를 이었다.
업계는 테슬라의 대규모 인도가 전체 통계치를 왜곡할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브랜드 인지도에만 얽매이지 않고,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실질적인 전동화 기술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디젤 점유율 0.5%, 내연기관 시대의 공식적인 종언
연료별 등록 현황을 들여다보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순수 전기차는 총 18,319대가 등록돼 전체의 53.9%를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과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브리드가 37.6%로 뒤를 이었지만, 가솔린은 8%, 디젤은 0.5%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을 주름잡던 디젤 모델은 이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만약 지금 새 차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이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기 어려워진 셈이다.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티핑 포인트’를 지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BYD 돌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볼보마저 제친 중국 브랜드, 가성비만으로 가능했을까
기존 강자들이 긴장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무서운 부상이다. BYD는 4월 한 달간 2,023대를 등록하며 단숨에 수입차 브랜드 순위 4위에 올랐다. 이는 전통의 강호 볼보(1,105대)와 렉서스(1,079대)를 가볍게 넘어선 수치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와 기술력을 내세운 테슬라의 협공 앞에 유럽 브랜드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론 이런 전동화 흐름 속에서도 BMW 520은 1,191대가 팔리며 내연기관 모델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가 신차 출시 계획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시장 점유율 싸움은 누가 더 매력적인 전동화 라인업을 갖추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