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전환 흐름 속 이례적인 결정, 일부 시장에서는 오히려 V12 수요 급증
유럽은 단종, 북미는 유지… 벤츠의 엇갈린 시장 전략 배경은
전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2026년 5월, 자동차 업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 마이바흐가 12기통(V12) 엔진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급변하는 시장의 ‘수요’와 브랜드 ‘상징성’,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전동화’ 흐름 사이에서 내린 고심의 결과물이다. 마이바흐는 과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부분 변경을 거친 마이바흐 S클래스는 유럽 시장에서 V12 엔진을 제외하며 전동화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한국, 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는 V12 플래그십 모델인 S680을 계속해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전동화 전환과 엔진 다운사이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결정이다.
유럽에서는 사라지는데 왜 북미는 다를까
그렇다면 왜 시장별로 다른 전략을 펼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유럽의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가 V12 단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마이바흐 측의 설명은 다르다. 유럽 시장은 V12 엔진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마이바흐 브랜드 총괄 마르쿠스 바우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V12 시장”이라고 표현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최상위 소비층의 심리와 맞닿아 있다.
현재 북미형 마이바흐 S680에는 6.0리터 V12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이 심장은 최고출력 621마력, 최대토크 900Nm(약 91.8kg.m)라는 막강한 성능을 자랑한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압도적인 힘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선택지인 셈이다.
단순한 성능을 넘어선 브랜드의 상징성
사실 V12 엔진의 유지는 단순히 높은 출력을 원하는 고객 때문만은 아니다. 마르쿠스 바우어 총괄은 “V12를 원하는 고객은 V8으로 쉽게 설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8기통 엔진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12기통이 주는 상징성과 감성적 만족감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에게 “V12와 마이바흐는 매우 잘 어울린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마이바흐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와 V12 엔진이 가진 상징성이 일치한다는 선언과도 같다. 결국 성능 수치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물론 마이바흐가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라인업에는 V12 외에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공존한다. S580 모델은 4.0리터 V8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을, S580e 모델은 3.0리터 직렬 6기통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효율성을 높였다.
결론적으로 마이바흐는 전동화라는 큰 흐름을 수용하면서도, 초고급 시장에서는 V12의 감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보다, 각 시장의 특성과 핵심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