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외면받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KGM과 BYD가 ‘가성비’를 무기로 꺼내 들었다.

쏘렌토·싼타페와 직접 경쟁을 예고하며 4천만 원대 시장의 문을 연다.

티고 9 / 체리자동차
티고 9 / 체리자동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오랫동안 시장에서 애매한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연기관과 전기의 장점을 합쳤지만, 높은 가격 탓에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 시장에 전에 없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주자들이 꺼내 든 ‘가격 경쟁력’이라는 카드가 판도를 흔들 조짐을 보인다. 과연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숫자로 증명된 PHEV의 위기



최근 국내 PHEV 시장의 분위기는 판매량 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HEV 판매량은 2812대로, 전년 동기(3598대) 대비 21.8%나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5.9%에서 3.4%로 쪼그라들었다.

렉스턴 / KGM
렉스턴 / KGM


이러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구조적인 가격 부담이 지목된다. 배터리와 엔진을 모두 탑재하는 구조상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 전기차 수준의 보조금 혜택도, 하이브리드 수준의 가격 접근성도 갖추지 못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차’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가격 파괴 선언한 BYD의 도전장



이처럼 단단했던 가격의 벽을 중국 BYD가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BYD코리아는 올해 전기차와 PHEV를 포함해 3종 이상의 신차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인데, 핵심은 바로 가격 정책이다. 특히 독자적인 DM-i 시스템을 적용한 PHEV 모델 도입을 공식화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SE10 콘셉트카 / KGM
SE10 콘셉트카 / KGM


아직 정확한 차종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투싼이나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과 경쟁이 가능한 4000만 원 안팎의 가격표를 예상한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수입차 위주로 형성됐던 고가의 PHEV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KGM의 맞불, 국산 가성비 SUV 온다



KG모빌리티(KGM) 역시 같은 해법을 준비 중이다. KGM은 브랜드 첫 PHEV SUV인 ‘SE10(프로젝트명)’을 2027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이 중대형 SUV는 쏘렌토, 싼타페와 직접 경쟁하는 체급이다.

친 L DM-i / BYD
친 L DM-i / BYD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단연 가격이다. KGM은 SE10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PHEV SUV를 선보여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KGM이 쏘렌토·싼타페 하이브리드보다 경쟁력 있는 4000만 원대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4파전 재편과 고유가의 변수



결국 관건은 가격 경쟁력이 실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가 변수로 떠오른다.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PHEV를 다시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티언 / KGM
액티언 / KGM


BYD와 KGM이 촉발한 ‘가성비 PHEV’ 경쟁이 본격화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PHEV까지 더해진 본격적인 4파전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비싸서 외면받았던 차가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타났을 때,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렉스턴 써밋 실내 / KGM
렉스턴 써밋 실내 / KGM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