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 차종 호환, 148만 원의 유혹… ‘콤마4’ 자율주행 키트 확산
국토부 “명백한 불법”, 사고 시 보험 처리도 막막… 운전자 각별한 주의 요구
콤마 / 사진=콤마 홈페이지
최근 운전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00만 원대 자율주행 보조 장치 설치 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고가의 순정 옵션이나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가 부럽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첨단 기능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자칫 도로 위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편의성을 위해 선택한 이 장치가 왜 법적 문제, 안전 위협, 그리고 보험 처리의 걸림돌이라는 세 가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 장치는 혁신일까, 아니면 시한폭탄일까.
148만 원의 유혹, ‘콤마4’의 정체
콤마 / 사진=콤마 홈페이지
논란의 중심에는 미국 스타트업 ‘콤마닷에이아이(Comma.ai)’가 개발한 ‘콤마4’가 있다. 이 제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999달러(약 148만 원)에 판매되며,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차선 유지, 앞차와의 간격 조절은 물론, 방향지시등 조작만으로 차선 변경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소프트웨어 ‘오픈파일럿’을 탑재해 현대차, 기아를 비롯한 전 세계 250종 이상의 차량과 호환된다는 점이 운전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매대행이나 직접 설치를 도와주는 업체까지 생겨나면서 그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도로 위 시한폭탄, 명백한 불법 행위
콤마 / 사진=콤마 홈페이지
결론부터 말하면, ‘콤마4’와 같은 미인증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하고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35조 2항은 자동차의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소프트웨어의 임의 설치 및 변경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안전성 검증과 성능 시험을 거치지 않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인이 설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오직 자동차 제조사가 모든 인증 절차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탑재한 자율주행 기능만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이를 어길 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경고 “졸음운전만큼 위험”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보증하지 않는 장치가 차량 제어 시스템에 개입할 때 예측 불가능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순정 시스템과 달리, 다양한 도로 환경과 돌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오작동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운전자의 과신이다.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믿고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거나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행위는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 순간의 오작동이 운전자의 반응 시간을 빼앗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고 나면 나만 손해, 보험 사각지대
만약 해당 장치를 장착한 차량이 사고를 낸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보험사는 임의로 개조된 차량에 대해 정상적인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모든 법적, 금전적 책임은 운전자가 떠안아야 한다.
인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의 중과실로 판단될 수 있으며, 이는 보험 처리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편의를 얻으려다 사고 시 수리비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 모두 뒤집어쓰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기술의 발전이 주는 편리함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안전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