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에 국산 플래그십 오너가 될 기회, 벤츠 기반 엔진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7.6km/L 연비와 에어 서스펜션 상태를 확인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때 국산 플래그십 세단의 상징이었던 차가 있다. 신차 가격 6,000만 원을 훌쩍 넘겼던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W CW600 이야기다. 이 차의 현재 중고 시세는 500만 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단순히 저렴해진 가격만 보고 접근하기엔 변수가 많다. 벤츠 라이선스 기반의 직렬 6기통 엔진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낮은 연비와 고가의 부품인 에어 서스펜션은 구매 전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다. 차값 뒤에 숨은 진짜 비용을 알아야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하다.



신차가 6390만원, 지금은 430만원이 된 배경



엄청난 감가상각이 이 차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다. 2010년대 초반 6,390만원에 달했던 신차 가격을 생각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표는 솔깃하게 다가온다.

실제 중고차 플랫폼에 등록된 매물을 보면 주행거리에 따라 가격이 나뉜다. 주행거리 8만km대는 690만원, 17만km를 넘긴 차량은 430만원에 주인을 기다린다.
물론 40대 가장의 입장에서 중고차를 볼 때, 차값보다 유지비를 먼저 계산하는 것은 당연하다. 430만원에 차를 사는 것과 6,390만원짜리였던 차를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벤츠 엔진’이라는 말에 담긴 매력



체어맨 W의 심장은 요즘 국산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3.2리터 직렬 6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벤츠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2kg·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벤츠의 E-TRONIC 7단 자동변속기와 4TRONIC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린다. ‘벤츠 엔진’이라는 별칭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으며,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은 지금도 이 차를 찾는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이유다.



당시 플래그십 세단이 추구했던 묵직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독보적인 장점이다.

차값보다 수리비가 더 무서울 수 있는 이유



매력적인 장점 뒤에는 반드시 감당해야 할 단점도 명확하다. 가장 큰 부담은 유류비다. 공인 복합연비는 7.6km/L, 도심에서는 6.6km/L까지 떨어진다. 매일 도심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엔 부담이 상당하다.



연비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고가 부품의 노후화 가능성이다. 특히 상위 트림에 적용된 EAS 에어 서스펜션은 체어맨 W의 승차감을 완성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고장 시 수리비는 차량 가격을 훌쩍 넘을 수 있다.

마사지 시트,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 등 풍부한 편의 장비도 마찬가지다. 옵션이 많다는 것은 점검하고 수리해야 할 잠재적 고장 포인트가 많다는 의미와 같다. 결국 이 차는 430만원짜리 차가 아니라, 6,390만원짜리였던 차를 관리하는 것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