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 인디애나 공장에 10억 달러 투입하며 보호무역주의에 정면 대응 선언.
현지 생산 확대를 넘어 미국산 차량을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새로운 전략까지 내놨다.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의 거대 자동차 기업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가파르게 높아지는 관세 장벽과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북미 시장 주도권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치밀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토요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관세 폭탄 피하기 위한 승부수
최근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차와 관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부 업체가 가격 인상이나 판매량 조절로 소극적인 대응에 나선 반면, 토요타는 생산 거점 자체를 미국 내로 옮겨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는 관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매우 공격적인 생존 전략이다.
켄터키와 인디애나 북미 생산 심장부로
이번 투자의 핵심은 켄터키와 인디애나 공장이다. 총 투자액 10억 달러 중 약 8억 달러가 투입되는 켄터키 공장은 토요타의 북미 생산 기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북미 베스트셀링 모델인 캠리와 RAV4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향후 본격화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생산 기반을 다지게 된다. 나머지 2억 달러는 인디애나 공장에 투자되어, 최근 ‘패밀리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SUV 그랜드 하이랜더의 증산에 사용된다. 인기 모델의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판매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산 토요타 일본으로 역수출
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본국인 일본으로 역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글로벌 생산 및 판매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이미 픽업트럭 툰드라를 비롯해 하이랜더, 캠리 등 미국산 토요타 차량의 일본 수출이 예정되어 있다. 이는 엔저 현상과 맞물려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 또한 미국산 차량의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책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블록화 시대 현대차도 긴장
토요타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투자 계획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지역별 블록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각국의 정책과 시장 상황에 맞춰 현지 생산 및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된 셈이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토요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그룹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그룹 역시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 등 미국 현지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토요타의 공세적인 투자에 맞서, 향후 북미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은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