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차 47만대 주행거리 첫 전수 분석 결과... 렉서스·BMW 제치고 압도적 1위
국산차 자존심 지킨 KGM·현대차, 하지만 전체 평균은 의외의 결과

디스커버리 - 출처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 출처 : 랜드로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잔고장의 대명사’, ‘수리비 폭탄’ 등으로 불리며 애증의 대상이 됐던 브랜드가 내구성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운행된 차량 47만여 대의 폐차 직전 주행거리를 분석한 결과, 랜드로버가 20만km 이상 주행한 차량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랜드로버는 고장이 잦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여서 향후 신차 및 중고차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1위 랜드로버, 렉서스 BMW도 제쳤다



디스커버리 - 출처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 출처 : 랜드로버




데이터융합 전문기업 컨슈머인사이트와 CL M&S가 발표한 ‘The Highest Mileage’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등록되어 2024년에 말소 처리된 승용차 47만 9002대 중 랜드로버 브랜드 차량의 68.5%가 주행거리 20만km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랜드로버의 뒤를 이어 ‘내구성의 제왕’으로 불리는 렉서스가 62.6%로 2위를 차지했고, BMW(58.0%), 폭스바겐(56.8%) 순으로 나타나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상위 9개 브랜드 중 7개가 수입 브랜드일 정도로 장거리 운행 내구성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는 고속도로 주행 환경이 많은 유럽 브랜드의 특성과 사륜구동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의 구조적 강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산차 자존심 지킨 KGM과 현대차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KGM(옛 쌍용자동차)이 56.7%로 가장 높은 장거리 주행 비율을 기록하며 ‘SUV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현대차가 56.1%로 그 뒤를 바짝 쫓았고, 기아는 50.9%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한국GM은 29.2%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경차와 소형차 중심의 라인업이 장거리 운행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개별 브랜드 순위에서는 수입차가 우세했지만, 전체 평균으로 보면 국산차(52.3%)가 수입차(51.3%)를 근소하게 앞섰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수입차의 경우 높은 수리 비용과 부품 수급의 어려움 때문에 차량 자체의 내구성과 별개로 조기에 폐차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X - 출처 : 렉서스
RX - 출처 : 렉서스


20만km 주행은 내구성의 바로미터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구성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폐차 직전의 누적 주행거리는 차량의 기계적 신뢰도, 구조적 강인함, 그리고 소유주의 유지비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상의 ‘내구성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특정 브랜드의 20만km 초과 주행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차량이 큰 문제 없이 오랜 기간 운행될 수 있다는 신뢰성의 방증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막연한 이미지나 소문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통해 브랜드별 내구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렉스턴 - 출처 : KGM
렉스턴 - 출처 : KGM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