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호 벤츠는 3위로 추락, 전기차 앞세운 파격적 세대교체에 수입차 시장 지각변동

‘프리미엄 수입차=독일 3사’라는 오랜 공식이 마침내 깨졌다.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가 지난 7월에 이어 8월까지 두 달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새로운 왕의 등극을 알렸다. 브랜드 이름값만 믿고 안주하던 전통의 강자들에게는 뼈아픈 경고등이 켜졌다.
테슬라 모델 S 측정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S 측정면 (출처=테슬라)


게임 끝? 1, 2, 3위 싹쓸이한 테슬라 왕조

2025년 8월 수입차 시장은 그야말로 테슬라의 독무대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는 8월 한 달간 무려 7,974대를 팔아치우며 정상에 올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베스트셀링 모델 순위다. 모델Y 스탠다드가 4,805대로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모델Y 롱레인지(1,878대), 모델3(1,290대)가 나란히 2, 3위에 오르며 시상대를 독차지했다.
테슬라 모델 Y L 측정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Y L 측정면 (출처=테슬라)


다른 브랜드들이 단 한 개의 모델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 채, 테슬라 3총사가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건’이며,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왕의 눈물…신차 기다리다 발목 잡힌 벤츠

오랜 기간 수입차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추락은 유독 뼈아프다. 8월 판매량은 4,332대에 그치며 3위로 밀려났고, 이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8%나 급감한 수치다.

벤츠 E 350 e 4MATIC 위드 EQ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 측면 (출처=메르세데스-벤츠)
벤츠 E 350 e 4MATIC 위드 EQ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 측면 (출처=메르세데스-벤츠)
가장 큰 이유는 주력 모델인 E클래스의 완전변경 모델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차 대기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테슬라의 공세에 마땅히 대응할 강력한 전기차 라인업이 부족했다는 점은 근본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2위 자리를 지킨 BMW는 주력 5시리즈의 신차 출시를 앞둔 비슷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다양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으로 판매량 방어에 성공하며 벤츠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BMW 5 시리즈 측정면 (출저=BMW)
BMW 5 시리즈 측정면 (출저=BMW)

가격과 진화, 승리의 방정식은 따로 있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떻게 독일의 철옹성을 무너뜨렸을까? 정답은 ‘가격’과 ‘진화’에 있다. 테슬라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RWD 모델의 가격을 5천만 원대로 책정, 국산 전기차와 직접 경쟁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폈다. 정부 보조금을 100% 수령하면 실구매가는 4천만 원대까지 떨어지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테슬라 모델 S 실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S 실내 (출처=테슬라)
하지만 단순히 싸기만 한 차였다면 이런 돌풍은 불가능했다. 테슬라의 진짜 무기는 바로 ‘OTA(Over-the-air)’로 불리는 무선 업데이트다. 정비소를 가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개선된다. 오늘 산 내 차가 내일은 더 똑똑해지는, 말 그대로 ‘진화하는 자동차’라는 개념은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테슬라 모델 S 측후면 (출처=테슬라)
테슬라 모델 S 측후면 (출처=테슬라)
이제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엔진과 가죽 시트로 대변되던 과거의 영광은 빠르게 저물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끊임없이 발전하는 스마트한 기술력,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의 기준임을 테슬라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