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윈스톰이라고?”… 대우의 전설, 쉐보레 캡티바 EV로 부활했지만 한국 땅은 못 밟는 속사정

한때 대한민국 아빠들의 ‘국민 SUV’로 불렸던 대우 윈스톰이 약 17년 만에 전설의 귀환을 알렸다. 하지만 돌아온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던 그 차가 아니다. 쉐보레 캡티바 EV라는 이름표를 단 순수 전기차로, 완전히 새로운 심장과 얼굴을 가졌다. 추억 속의 그 차가 첨단 기술을 입고 돌아왔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반가워했지만, 아쉽게도 한국 도로에서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쉐보레 캡티바 EV 측정면 (출처=쉐보레)
쉐보레 캡티바 EV 측정면 (출처=쉐보레)

낯선 얼굴, 익숙한 이름의 ‘반전 매력’

새로운 캡티바 EV의 첫인상은 ‘파격’ 그 자체다. 과거 듬직했던 윈스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완전 무장했다. 길고 가느다란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과 그 아래로 분리된 헤드램프는 최신 전기차의 디자인 공식을 따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쉐보레 캡티바 EV 측면 (출처=쉐보레)
쉐보레 캡티바 EV 측면 (출처=쉐보레)
다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은 내연기관차의 상징인 거대한 검은색 그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공기 흡입이 필요 없는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하면 다소 어색한 조합. 이는 쉐보레의 최신 전기차인 이쿼녹스 EV나 블레이저 EV가 그릴을 없앤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신선함과 고전미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심장을 품다

캡티바 EV의 가장 큰 반전은 바로 ‘출신 성분’이다. 이 차는 GM의 독자 기술이 아닌, 중국의 우링(Wuling) 자동차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정확히는 ‘바오준 클라우드’라는 중국 내수용 전기차를 쉐보레 브랜드로 손본 모델이다. 과거 ‘미국차’의 상징이었던 쉐보레가 중국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GM의 글로벌 전략이 얼마나 크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쉐보레 캡티바 EV 측정면2 (출처=쉐보레)
쉐보레 캡티바 EV 측정면2 (출처=쉐보레)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1회 완전 충전 시 최대 510km(중국 C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7초로, 일상 주행에서는 전혀 부족함 없는 경쾌한 몸놀림을 자랑한다. 또한,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용량 3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단 20분밖에 걸리지 않아 충전 스트레스도 크게 줄였다.
쉐보레 캡티바 EV 측후면 (출처=쉐보레)
쉐보레 캡티바 EV 측후면 (출처=쉐보레)


한국 대신 남미로 향하는 이유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한국 출시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제로’에 가깝다. GM은 캡티바 EV의 주력 시장으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정조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는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차량의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아예 출시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
쉐보레 캡티바 EV 트렁크 (출처=쉐보레)
쉐보레 캡티바 EV 트렁크 (출처=쉐보레)
결국 캡티바 EV는 ‘대우 윈스톰의 부활’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철저히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고려한 전략적인 모델인 셈이다. 현재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국가에서 최종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현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게 됐지만, 전설의 이름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계속해서 달려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