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이면…” 그랜저 깡통과 쏘나타 풀옵션, 당신의 선택을 도와드립니다

쏘나타와 그랜저, 이 숙명의 라이벌 비교는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4,253만원짜리 ‘쏘나타 풀옵션’과 3,798만원짜리 ‘그랜저 깡통’이 만났을 때, 소비자들의 행복한 고민은 극에 달한다. ‘그래도 그랜저’라는 이름값일까, 아니면 ‘꽉 찬 옵션의 쏘나타’라는 실속일까. 455만원의 가격 차이 속에 숨겨진 두 차의 진짜 가치를 낱낱이 파헤쳐 본다.
현대차 2026 그랜저 측정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2026 그랜저 측정면 (출처=현대차)


1라운드: 덩치와 체급, 시작부터 갈리는 승부

링 위에 오른 두 선수, 일단 덩치에서는 승부가 명확히 갈린다.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는 길이, 폭, 높이, 바퀴 사이 거리까지 모든 면에서 쏘나타를 압도한다. 나란히 세워두면 누가 봐도 한 체급 위 선수의 위용이 느껴진다.

현대차 2026 그랜저 실내 (출처=현대차)
현대차 2026 그랜저 실내 (출처=현대차)
넓고 편안한 ‘공간’과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느껴지는 ‘하차감’을 1순위로 둔다면, 이 대결은 시작과 동시에 그랜저의 승리로 끝난다. 기본형일지라도 ‘그랜저’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 쏘나타 N-라인 실내 (출처=현대차)
현대차 쏘나타 N-라인 실내 (출처=현대차)
2라운드: 심장의 힘, 93마력의 짜릿한 반격

하지만 쏘나타의 진짜 반격은 보닛 아래 ‘심장’에서 시작된다. 그랜저가 일상 주행에 전혀 부족함 없는 198마력의 부드러운 잽을 꾸준히 날린다면, 쏘나타 N 라인은 290마력이라는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품고 있다.

무려 93마력이나 차이 나는 이 압도적인 힘은, 평범한 패밀리 세단을 순식간에 ‘도로 위 악동’으로 변신시킨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터져 나오는 짜릿함은 그랜저 기본형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오직 쏘나타 N 라인 오너만의 특권이다. 놀라운 점은 연비 차이가 리터당 0.6k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쏘나타 N-라인 측후면 (출처=현대차)
현대차 쏘나타 N-라인 측후면 (출처=현대차)
3라운드: 감성의 영역, 기본의 ‘고급감’ vs 풀옵의 ‘화려함’

실내로 들어서면 두 차의 성격은 더욱 명확해진다. 그랜저는 ‘기본’에 충실한 고급감을 보여준다. 프레임리스 도어나 이중접합 차음 유리처럼, 겉으로 확 드러나진 않지만 탈수록 만족감이 높아지는 ‘내실’에 집중했다.

반면 쏘나타는 ‘풀옵션’의 화려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몸을 착 감싸는 나파 가죽과 스웨이드로 마감한 전용 버킷 시트, 실내를 감싸는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 12개의 보스 스피커가 뿜어내는 풍부한 사운드는 그랜저 깡통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적 만족감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운전 편의 장비가 가득한 것은 물론이다.

현대차 2026 그랜저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현대차 2026 그랜저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현대차)
최종 라운드: 심판은 당신의 마음에

결국 이 대결의 심판은 당신의 지갑이 아닌, 당신의 ‘마음’이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가족을 위한 ‘넉넉한 공간’이 중요하다면, 455만원을 아껴 그랜저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문을 닫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운전의 재미’와 ‘나만의 만족감’으로 여긴다면, 455만원을 더 투자해 모든 것이 갖춰진 쏘나타 N 라인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 당신의 심장은 어느 쪽을 향해 뛰고 있는가?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