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절벽 위 1931년 세워진 정자, 동해안 숨은 비경
입장료 0원에 즐기는 100년 송림과 기암괴석의 조화

고성군청
고성군청


새해가 밝아오면 동해안은 일출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에 치여 해가 뜨기도 전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교암리에는 이러한 소란스러움을 피해 오롯이 태양과 바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고고하게 자리한 ‘천학정’이 그 주인공입니다.

100년 노송과 기암절벽의 조화

천학정 일출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천학정 일출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1931년 지방 유지들의 발의로 건립된 천학정은 아담한 팔각지붕 정자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평지인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출과는 전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높은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발아래로 펼쳐지는 동해의 푸른 물결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자 주변을 감싸고 있는 100년 이상의 소나무 숲은 이곳의 운치를 더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흔히 일출 명소라고 하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천학정은 정자와 늙은 소나무 가지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프레임 속으로 해가 들어오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완성되는 듯한 이 광경은 사진 작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포인트입니다. 동해안의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사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천학정 겨울 / 사진=고성군
천학정 겨울 / 사진=고성군

오감으로 느끼는 겨울 바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시각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천학정으로 향하는 길목과 정자 주변을 거닐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진한 솔향기가 인상적입니다.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솔내음은 도심의 매연에 지친 현대인들의 후각을 정화해 줍니다. 절벽 아래 갯바위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 또한 일상의 스트레스를 씻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천학정 설경 / 사진=고성군
천학정 설경 / 사진=고성군


주머니 가볍게 떠나는 알짜배기 여행

천학정은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비가 없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상시 개방되어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여행 동선을 짜기에도 수월합니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청간정’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문암리 포구와 능파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출 명소 천학정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일출 명소 천학정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특히 능파대는 파도가 바위를 깎아 만든 독특한 타포니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천학정과는 또 다른 자연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BTS의 화보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성군은 속초나 강릉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습니다. 이번 겨울,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나만의 힐링 여행을 계획한다면 고성 해안도로를 따라 천학정과 그 주변을 둘러보는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합니다.

천학정 설경 / 사진=고성군
천학정 설경 / 사진=고성군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