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투병 끝에 별세한 국민배우 안성기, 향년 74세
장남 SNS에 올라온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아버지 향한 애틋함
안성기 장남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국민배우’로 불렸던 배우 안성기가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혈액암 투병 끝에 전해진 비보에 연예계와 대중의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인의 장남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슬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안성기의 장남 A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별다른 문구 없이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공개된 사진은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던 1993년 작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사진집 이미지였다.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미국에서 급거 귀국해 임종을 지킨 아들이 올린 이 게시물은,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고인의 마지막 시간을 떠올리게 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아들이 전한 아버지의 마지막 길
공교롭게도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안성기와 그의 아들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작품이다. 생전 안성기는 한 인터뷰에서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아들의 아역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아이의 연기력이 걱정돼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결국 한 번쯤은 해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아들이 선택한 사진 한 장에 아버지와 아들만이 아는 깊은 사연이 담겨있던 셈이다.
60여 년 한국 영화의 버팀목
1957년 5세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데뷔한 안성기는 대한민국 영화사와 함께 걸어온 산증인이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6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스크린을 지켰다.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라디오 스타’, ‘부러진 화살’ 등 수많은 작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대중의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았다.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국민배우’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손꼽혔다.
끝내 이기지 못한 혈액암 투병
안성기는 지난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다. 1년간의 투병 끝에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이 안도했지만, 안타깝게도 암은 재발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 다소 부은 얼굴과 가발을 쓴 모습으로 나타나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으나, 그는 연기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보이며 팬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결국 팬들 곁을 떠나게 됐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아내 오소영 씨와 두 아들이 있다.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 아래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원로 배우 신영균이 명예위원장을 맡았으며, 발인은 9일 오전 6시,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