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가 달린 ‘메독 마라톤’ 화제
‘세계 5대 와인 산지’ 보르도 메독
샤토 사이를 달리는 이색 와인 여행
사진=와인맵 캡처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북쪽에 자리한 메독(Médoc)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드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매년 가을, 와인과 축제가 결합된 독특한 풀코스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메독 마라톤(Marathon du Médoc)’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극한84’에서 기안84와 출연진이 이 대회에 도전해 완주하면서, 메독은 한국 시청자에게도 친숙한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MBC
메독 마라톤의 출발‧결승 지점은 보르도 북쪽의 소도시 포이약(Pauillac)이다. 대회는 1985년 처음 시작됐으며 매년 9월 보르도 좌안(Left Bank)의 와인 산지와 샤토(Château) 단지를 관통하는 42.195km 코스로 운영된다. 달리는 동안 참가자는 포도밭을 가로지르고, 곳곳에 자리한 샤토를 지나며, 와인 시음과 음악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참가자 다수가 망토와 드레스, 캐릭터 복장을 착용해 출전하는 것도 이 대회만의 특징이다. ‘기록 경쟁’이 아닌 ‘축제형 러닝’이라는 평가가 붙는 이유다.
사진=트래블리얼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 산지를 달리는 축제형 런트립
메독은 단순한 대회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지역은 보르도 와인의 핵심 산지로, 포이약·생쥘리앙(Saint-Julien)·생테스테프(Saint-Estèphe)·오메독(Haut-Médoc) 등 유명 원산지 명칭(AOC)이 밀집해 있다. 특히 1855년 보르도 그랑 크뤼 등급에 오른 세계적 샤토가 다수 위치해 있어, 와인 애호가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통한다. 토양은 자갈과 모래, 석회질이 섞인 배수 좋은 구조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행자의 거점은 보르도(Bordeaux) 시내가 적합하다. 파리에서 고속열차(TGV)로 약 2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고, 보르도 공항을 통해 유럽 각 도시에서 연결된다. 시내에는 와인 문화 전시관 ‘시테 뒤 뱅(Cité du Vin)’이 있어 와인의 역사와 생산 과정을 체험형 전시로 접해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하루 정도 머문 뒤, 메독 지역으로 이어지는 D2 국도, 일명 ‘루트 데 샤토(Route des Châteaux)’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 샤토 단지가 이어진다.
메독 마라톤 코스는 이 와인 루트와 상당 부분 겹친다. 대회 기간에는 달리면서 포도밭과 샤토 외관, 현지 음악과 와인 시음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축제가 아닌 시기에는 차량이나 자전거 투어를 통해 샤토를 예약 방문하고 셀러 투어와 시음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와이너리에 따라 영업일·예약 조건이 다르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다.
사진=트래블리얼
메독의 매력은 와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 서쪽으로는 대서양이 접해 있어, 술락쉬르메르(Soulac-sur-Mer), 라카노(Lacanau) 등 해변 도시가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와이너리 투어 후 해변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즐기는 일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포도밭과 바다 풍경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독은 스포츠·식문화·휴양을 한 번에 아우르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최근 방송을 통해 소개된 것처럼 메독 마라톤은 완주 자체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현지 기후와 긴 거리, 와인 시음이 더해지면서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 대회가 세계 러너들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달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보르도 와인 문화의 중심부를 관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사랑하는 여행자, 색다른 런트립을 꿈꾸는 러너라면 메독은 충분히 매력적인 목적지가 된다. 보르도 시내의 여유로운 거리, 샤토가 이어진 포도밭, 대서양의 바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와인과 달리기’라는 독특한 조합의 여행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