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가 이렇게 맑다고?”
서울에서 2시간, 당일치기로 다녀온 안면도 바다
파도 소리는 분명 서해인데, 물빛은 예상보다 훨씬 맑고 연하다. 모래사장 가까이 밀려온 물은 햇빛을 받아 옥빛과 초록빛 사이를 오간다. 바다를 보려면 비행기부터 떠올리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멈춰 서게 되는 풍경이다. 서울에서 차로 약 두 시간. 충남 태안 안면도에는 ‘서해는 탁하다’는 선입견을 잠시 잊게 만드는 해변들이 숨어 있다. 멀리 떠나는 대신, 주말 하루를 조금 느리게 쓰고 싶을 때 어울리는 바다다.
사진=충남도
안면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다색이다. 동해처럼 짙은 푸른빛은 아니지만, 수심이 얕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모래 바닥이 비치며 물빛이 맑은 청록색으로 보인다. 특히 파도가 잔잔한 오전이나 물이 빠지기 전 시간대에는 해변 가장자리의 색감이 더 또렷하다.
물빛을 가장 예쁘게 보고 싶다면 바람아래해수욕장과 방포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 일대를 함께 묶어도 좋다. 바람아래해수욕장은 한적한 분위기와 넓은 백사장이 장점이다. 돗자리 하나 펴고 앉아 바다만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방포해수욕장은 항구와 가까워 식사와 산책을 이어가기 편하고, 꽃지해수욕장은 안면도를 처음 찾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들를 수 있는 대표 명소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안면도 바다는 ‘빨리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여행’보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수록 더 좋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파도 가까이 앉고, 신발을 벗어 모래를 밟아 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바람은 선선하고, 파도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제주 바다처럼 낯선 섬에 왔다는 느낌보다는, 잘 아는 주말이 조금 더 근사해진 느낌에 가깝다.
간조 시간에는 바다의 표정도 달라진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넓은 갯벌이 드러나고, 해변은 끝없이 길어진다. 조개껍데기와 작은 게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지만, 갯벌 쪽으로 너무 멀리 들어가기보다는 물때와 귀가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바다를 가까이 즐기되, 욕심내지 않는 것이 이 여행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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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게국지까지, 바다 여행의 마지막 한 끼
안면도에서는 풍경만 보고 돌아오기 아쉽다. 꽃게탕과 간장게장, 게국지는 여행의 끝을 든든하게 채워 주는 메뉴다. 항구 주변 식당가에서는 제철 해산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다를 한참 보고 난 뒤 뜨끈한 국물 한 숟갈을 먹으면, 멀리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진다.
방포항이나 백사장항 쪽으로 이동하면 수산시장과 식당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복잡한 유명 맛집 한 곳만 고집하기보다, 수조 상태와 가격표를 먼저 보고 일행이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하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대하철에는 대하구이를, 꽃게가 좋은 시기에는 꽃게 요리를 골라 여행의 계절감을 더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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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다. 낮에는 초록빛으로 보이던 물이 노을빛을 받아 금빛으로 바뀌고, 꽃지해수욕장 할미·할아비바위 주변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꼭 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좋다. 바다 앞 벤치에 앉아 하늘색이 바뀌는 순서만 보고 있어도 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든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남아 있다면 해가 완전히 진 뒤까지 머무르기보다, 노을이 가장 짙어질 무렵 출발 준비를 하는 편이 여유롭다. 바다를 보고 해산물로 식사를 하고, 노을까지 챙긴 뒤 돌아오는 코스. 제주까지 갈 시간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여행이다. 이번 주말, 비행기 표 대신 내비게이션에 ‘안면도’를 찍어도 좋을 이유가 여기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