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갈아 만든 건강식의 배신, 마시는 속도와 첨가물이 문제였다

포만감 느끼기 전 ‘원샷’하면 비만·당뇨병 위험 높이는 이유

사진 : 미숫가루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미숫가루
바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미숫가루를 찾는 이들이 많다. 현미, 콩, 보리 등 여러 곡물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마시는 방식과 작은 첨가물 하나가 미숫가루를 혈당을 위협하는 음료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편함 뒤에 숨은 의외의 변수들이다.

꿀 한 숟갈 넣었을 뿐인데, 문제는 당류

미숫가루의 밋밋한 맛을 보완하기 위해 꿀이나 설탕을 넣는 경우가 흔하다. 건강을 생각해 설탕 대신 꿀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당류와 열량 측면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사진 : 꿀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꿀
꿀 한 큰술(약 21g)의 열량은 64kcal로, 설탕(53kcal)보다 오히려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당 섭취량은 25g 수준이다. 미숫가루 한 잔에 꿀 한 큰술만 넣어도 하루 권장량에 육박하는 당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달게 마신 미숫가루는 혈당을 급격히 올릴 뿐만 아니라 고혈압이나 비만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빨리 마실수록 혈당은 급격히 오른다

사진 : 미숫가루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미숫가루
곡물을 곱게 간 미숫가루는 액체 형태로 마시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이 점이 혈당 관리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음료처럼 빠르게 마시면 소화 흡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한다.

우리 몸은 급상승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한다. 그 결과 혈당이 다시 급격히 떨어지면서 강한 허기와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폭식으로 이어져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침 대용으로 미숫가루를 마시고도 얼마 안 가 허기를 느낀 경험이 있다면, 바로 이 섭취 속도가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포만감 신호보다 빠른 섭취 속도의 함정

음식을 먹고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약 20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미숫가루 한 잔을 비우는 데는 보통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뇌가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섭취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결국 충분한 양을 섭취했음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음식을 더 찾게 될 수 있다. 또한, 씹는 과정이 생략되는 점도 문제다.
음식을 씹을 때 침에서 분비되는 소화 효소 ‘아밀레이스’는 탄수화물 분해를 돕는다. 미숫가루를 씹지 않고 바로 삼키면 이 과정이 생략돼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사진 : 미숫가루 / 생성형 이미지
사진 : 미숫가루
미숫가루가 여러 곡물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 과정에서 열을 가하며 일부 비타민 등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따라서 미숫가루 한 잔으로 식사를 대체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양소가 균형을 이룬 식단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감미료를 빼고, 음료처럼 마시기보다 죽처럼 천천히 씹듯이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