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증 속 금연 시도 줄어드는 기현상 발생
덜 해롭다는 인식에 숨은 니코틴 중독의 위험성

흡연은 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흡연은 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매년 1월이면 보건소 금연 클리닉이 북적이고 회사 옥상 흡연 구역이 한산해지던 풍경이 옛말이 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으레 등장하던 ‘금연 결심’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급격히 점유율을 높여가는 ‘전자담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냄새가 적고 덜 해롭다는 인식 때문에 아예 끊기보다는 갈아타기를 선택하는 흡연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연 결심 사라진 풍경의 주범

과거 흡연자들에게 새해는 금연을 시도할 강력한 동기부여의 시기였다. 지독한 담배 냄새로 인한 가족들의 구박이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결심의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가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유의 찐 냄새가 나긴 하지만 연초 담배에 비해 냄새가 거의 배지 않고, 타르 등 유해 물질이 적다는 마케팅이 주효했다.
금연, 흡연은 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금연, 흡연은 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담배 시장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일반 담배 판매량은 감소 추세인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많은 흡연자가 금연 대신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도감으로 바뀐 셈이다.

덜 해롭다는 착각이 부른 함정

문제는 이러한 ‘안도감’이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자담배가 일반 연초 담배보다 냄새가 덜하고 일부 유해 물질 수치가 낮을 수는 있지만, 결코 무해한 것은 아니다. 핵심 발암물질인 니코틴은 여전히 포함되어 있으며, 가향 물질이 포함된 경우 가열 과정에서 새로운 독성 물질이 생성되기도 한다.

금연

의료계 관계자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덜 해롭다’는 생각에 흡연 빈도를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실내나 차 안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더 자주 피우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번갈아 피우는 ‘이중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니코틴 흡수량이 오히려 늘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전자담배도 결국 담배다

금연의 본질은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도구만 바꿨을 뿐 니코틴을 계속 주입하고 있다면 건강상의 이점은 기대하기 어렵다. 보건 당국은 전자담배 역시 폐암, 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새해 건강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담배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과의 완전한 이별이다. 혼자 힘으로 끊기 어렵다면 가까운 보건소 금연 클리닉이나 전문 상담 전화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금연 치료제나 니코틴 보조제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전자담배에 대한 정보도 유의해야 한다. 화려한 디자인과 다양한 맛으로 포장된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니코틴 용액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방식은 폐 깊숙이 화학물질을 침투시켜 ‘급성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자담배 기기의 폭발 사고나 액상 누수 등 안전 문제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위험 요소다. 결국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타협을 버리고 금연을 실천하는 것뿐이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