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들끓는 마음”이라며 동성 연인 향한 애정을 드러낸 뒤 쏟아진 시선들

그가 직접 입을 열어 밝힌 진짜 속마음

박시영 인스타그램
박시영 인스타그램


영화 ‘베테랑2’, ‘곡성’, ‘마더’. 이름만 들어도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박시영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탄생한 포스터다. 국내 영화 포스터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가 최근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한 데 이어, 뜨거운 관심에 대한 심경을 직접 밝혀 화제다. 그의 능력과 정체성을 둘러싼 여러 시선 속에서, 그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시작은 지난 9일 공개된 왓챠 유튜브 콘텐츠 ‘처음 만난 사이’였다. 해당 영상에서 박시영은 “현재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애인”이라고 답했다.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성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15년 내내 이 마음이 들끓고 있다.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글을 남겨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숨기지 않았다.

쏟아지는 관심 속, 그가 직접 글을 쓴 이유



그의 용기 있는 고백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응원의 물결이 주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정체성과 디자인 능력을 섣불리 연결 짓는 편견 섞인 시선도 존재했다. 이에 박시영은 11일, 다시 한번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뭐 이리 난리 날 일인가 싶지만, 이게 나쁘지만은 않은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마치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뜬소문을 전해 들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나의 유능은 정체성과 전혀 상관없다



그가 가장 명확히 하고 싶었던 지점은 바로 ‘능력’과 ‘정체성’의 완전한 분리였다. 박시영은 “내가 디자인을 잘하는 이유는 내가 열심히 해서 그렇다. 뭔 게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본질과 무관한 꼬리표로 평가받는 부당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그는 “누군가의 무능이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닌 것처럼, 나의 유능도 내 정체성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성 소수자로서의 고백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모든 형태의 편견을 향한 일침이었다.

24시간 게이로 살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그의 소신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고작 정체성이 내 인생 전부를 잡아먹는 건 좀 거시기하다”며 하나의 정체성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누군가의 선배, 실장, 동료, 옆집 총각, 늙은 꼰대, 농사꾼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는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다채롭고 입체적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의 말미에 그는 “나는 지금 겁나게 행복하고 마음이 뜨끈하니 좋다”며 현재 자신의 충만한 감정을 전했다. 더불어 “행복까지는 못하겠으면 만족들 하시고, 그마저도 힘들면 편한 숨을 내쉬길 바란다”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글을 마무리했다. 그의 진솔하고 용기 있는 목소리에 많은 이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