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가 이동진, 2025년 결산 ‘올해의 한국 영화’ 베스트 10 발표
쟁쟁한 거장들 사이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작품에 쏟아진 극찬
영화 ‘세계의 주인’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국내 최고 영화 평론가로 꼽히는 이동진이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의 한국 영화 베스트 10’을 공개했다. 올 한 해 한국 영화 제작 환경이 최악에 가까웠다는 평가 속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걸작들에 대한 그의 섬세한 평가는 많은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공개된 이번 순위는 2024년 12월 9일부터 2025년 12월 14일 사이에 개봉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동진 평론가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작품 수가 적었지만, 하반기에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 다행”이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1위 세계의 주인 모두의 예상을 깬 역작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CJ ENM 제공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영예는 윤가은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세계의 주인’에게 돌아갔다. 박찬욱 등 쟁쟁한 거장들의 신작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세계의 주인’은 ‘우리들’, ‘우리집’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해 온 윤 감독의 연출 세계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각자의 사정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다. 특히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한 ‘세차장 장면’은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동진 평론가는 “올해 고민이 많았지만 1위는 ‘세계의 주인’이어야만 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주제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부터 영화의 완성도까지 모든 면에서 놀랍다”며 “감독이 캐릭터를 완전히 안다고 전제하지 않고 겸손하게 탐구하는 태도가 영화 전체에 윤리적, 미학적 신뢰감을 부여한다. 깊은 사유와 재능이 결합한 역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캡처
지난 10월 개봉한 ‘세계의 주인’은 누적 관객 17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낭뜨3대륙영화제 대상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거장들의 이름값 박찬욱 변성현 연상호
2위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차지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생생하게 펄펄 뛰는 영화”라며 “주인공에 대한 동정과 비난의 감정을 오가게 만들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올해 가장 빛나는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3위에는 1970년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변성현 감독의 블랙 코미디 ‘굿뉴스’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재능”이라며 “뼈아프면서도 웃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호평했다.
특히 연상호 감독은 ‘계시록(8위)’과 ‘얼굴(9위)’ 두 편을 순위에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할리우드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며 연 감독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독창적인 세계관을 높이 샀다.
이 밖에도 김유민 감독의 ‘바얌섬(4위)’, 홍상수 감독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5위)’, 조희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6위)’,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7위)’, 장병기 감독의 ‘여름이 지나가면(10위)’ 등이 10위권에 포함되며 2025년 한국 영화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