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kWh 소형 배터리로 서울-부산 왕복하고도 남아… ‘저항’과의 싸움에서 해답 찾아

양산 기술 기반으로 효율 극한까지 끌어올린 실험, 전기차 주행거리 해법 새로 제시했다



폭스바겐이 54.9kWh 용량의 배터리로 1,278km를 달리는 전기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77.4kWh)보다 30% 가까이 작은 배터리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를 주행한 셈이다.

‘미션 이피션시(Mission Efficiency)’로 명명된 이 차량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키워 주행거리를 늘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났다. 대신 자동차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모든 ‘저항’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평균 전비 14.5km/kWh라는 놀라운 효율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공식 인증 연비가 아닌 실제 테스트 주행 결과다. 하지만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새로운 접근법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결은 배터리가 아닌 차체에 있었다



압도적인 주행거리의 핵심은 공기저항을 극한으로 줄인 차체 설계다. 미션 이피션시의 공기저항계수는 0.158. 물방울 형태의 차체를 기반으로 액티브 에어 플랩, 뒷바퀴 커버, 차체 하부 전체를 덮는 언더커버를 적용해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이러한 설계는 고속 주행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릴 때, 폭스바겐의 다른 소형 전기차 ID.폴로보다 에너지 소비가 30% 이상 낮았다. 고속도로에서 주행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전기차의 단점을 공기역학 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파워트레인은 완전히 새로운 실험용이 아니다. 양산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135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시험한 셈이다.

타이어와 브레이크의 숨은 노력



폭스바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까지 줄였다. 타이어는 구름저항을 최소화한 전용 제품(에코콘택트 7 기반)을 장착했다. 후륜에는 마찰 손실을 줄인 전자기계식 브레이크를 적용해 회생제동 효율도 함께 높였다.



작은 에너지 손실 하나하나를 모아 주행거리로 환원한 전략이다. 여기에 글래스 루프와 트렁크 리드에 장착된 370W급 태양광 패널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날씨가 좋으면 하루 최대 30km의 주행거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미션 이피션시는 당장 양산될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이 차가 보여준 방향성은 분명하다. 전기차 경쟁의 다음 단계는 무조건적인 배터리 용량 증대가 아닌, 차체 설계부터 구동계까지 모든 부분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력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