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거운 사륜구동 모델이 후륜보다 멀리 가는 이변, 단순 무게가 전부 아니었다

16분 만에 80% 충전, 제네시스 GV70과 비교되는 가격…국내 출시는 미정



‘사륜구동은 무거워서 주행거리가 짧다’는 전기차 시장의 상식이 깨졌다. 오히려 구동축을 하나 더 얹은 모델이 더 멀리 가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배경에는 고도화된 전용 플랫폼 기술과 구조적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볼보가 공개한 신형 전기 SUV ‘EX6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인증 결과, 이 차량의 사륜구동(AWD) 모델이 후륜구동(RWD) 모델보다 긴 주행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은 주행거리 때문에 사륜구동 옵션을 망설였던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제네시스 전동화 GV70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행거리 역전 현상 뒤에 숨은 신형 플랫폼



결과는 놀라웠다. 볼보 EX60의 사륜구동 트림(P10 AWD)은 1회 충전으로 최대 531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인증받았다. 반면, 더 가벼운 후륜구동 트림(P6)의 주행거리는 494km에 그쳤다. 약 37km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역전 현상의 핵심 비결은 EX60에 처음 적용된 차세대 전용 플랫폼에 있다. 800V 고전압 시스템과 배터리 셀을 차체에 통합하는 셀투바디(Cell-to-Body) 기술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한 차체 후면 부품 100여 개를 하나로 찍어내는 ‘메가캐스팅’ 공법으로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높인 점도 주효했다.





단순히 모터를 추가해 무게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최적화된 설계가 무게 페널티를 상쇄하고도 남는 효율을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휠 크기가 커지면 저항도 늘어 주행거리는 소폭 감소한다. 22인치 휠 장착 시 사륜구동은 502km, 후륜구동은 475km로 줄어든다.

16분 충전과 8300만원 시작 가격



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충전 속도도 눈에 띈다. 두 트림 모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륜구동은 최대 370kW, 후륜구동은 32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기에 가능한 수치다.



특히 이 차량은 테슬라의 충전 규격(NACS)을 채택한 첫 볼보 모델로, 북미 시장에서는 광범위한 테슬라 슈퍼차저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운전자에게 상당한 편의성을 제공하는 부분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북미 시장에서 EX60 기본형의 시작 가격은 약 8,3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국내에서 제네시스 전동화 GV70의 시작가가 7,53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보조금을 받더라도 가격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스웨덴과 미국에서는 판매가 시작됐지만, 아직 국내 출시 여부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그림의 떡’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