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866km 내세웠지만 상반기 실적은 처참했다
‘프리미엄’ 자존심이 문제였나... 샤오미와 비교되자 드러난 현실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내놓은 신형 전기 세단이 결국 생산 라인을 멈춰 세웠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징인 벤츠에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단순히 차가 안 팔린 수준을 넘어섰다. 이번 생산 중단은 벤츠의 `가격 경쟁력`과 `현지화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극심한 `판매 부진` 뒤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다.
유럽에서는 순항하던 모델이 유독 중국에서만 고개를 숙인 상황. 베이징 벤츠 합작 공장은 재고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일시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인 취향 저격했다더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벤츠는 과거 중국 시장의 성공 공식이었던 ‘롱휠베이스’ 모델을 이번에도 적용했다. 중국 전용 CLA L은 글로벌 모델보다 전장을 40mm 늘리고, 휠베이스도 40mm 연장해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CLTC 기준 최대 866km에 달하는 주행거리까지 갖췄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고작 627대. 월평균 100대 수준의 판매량으로는 대량 생산을 유지하기 어렵다. 과거 고급차의 상징으로 통하던 긴 차체보다 첨단 기능과 성능을 더 중시하는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다.
샤오미와 비교되자 드러난 가격 경쟁력의 한계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CLA L의 시작 가격은 22만 9,000위안(약 4,300만 원)에서 24만 9,000위안(약 4,700만 원)에 책정됐다.
반면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샤오미의 전기차 SU7은 더 큰 차체에도 시작 가격이 21만 9,900위안으로 저렴하다. 샤오펑 P7 역시 20만 3,800위안부터 시작하며 성능과 디지털 기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름값만 믿고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경쟁자들의 상품성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벤츠의 중국 상반기 전체 판매량도 21만 200대로 전년 대비 28%나 급감했다.
이번 CLA L 생산 중단은 중국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름만으로 판매를 보장받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