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라인업 단종과 전기차 부진 속 홀로 빛난 세단의 저력
고성능 V시리즈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브랜드 자존심 지켰다
“SUV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캐딜락의 한 세단이 브랜드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2분기 캐딜락은 전반적인 판매 부진을 겪었지만, 세단 CT5가 주력 전기 SUV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핵심 SUV 라인업의 공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전기 SUV 판매 실적, 그리고 꾸준한 수요를 입증한 CT5의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다.
브랜드 전체 실적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암울한 상황에서, 세단 한 대가 만들어낸 성과는 더욱 눈에 띈다.
전기 SUV보다 더 팔린 세단 CT5의 저력
예상 밖의 결과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캐딜락 CT5는 올해 2분기 미국 시장에서 4,311대가 팔렸다. 이는 브랜드의 차세대 주력으로 꼽히는 전기 SUV 리릭(4,208대)과 옵틱(4,236대)의 판매량을 모두 넘어선 기록이다.
오래된 모델인 XT5(5,764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판매량이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라도 내연기관 세단의 상품성을 다시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보급형 세단인 CT4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1,564대가 판매되며 힘을 보탰지만, 지난달 생산이 종료돼 아쉬움을 남겼다.
SUV 라인업 공백이 판매량 감소를 불렀다
CT5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캐딜락의 전체 성적표는 초라했다. 2분기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2% 급감했으며, 이는 GM 산하 브랜드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주력 SUV였던 XT4와 XT6의 단종이 꼽힌다. 두 모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만 8,869대를 합작했던 핵심 라인업이었다. 이 공백을 신형 전기 SUV들이 아직 메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주력 모델인 내연기관 에스컬레이드마저 2분기 판매가 5.9% 줄어든 10,999대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진 속에서도 V시리즈는 역사를 새로 썼다
어두운 실적 속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고성능 라인업인 V시리즈가 2분기와 상반기 모두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여기에는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된 옵틱-V와 리릭-V 등 전기 고성능 모델이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CT4-V와 CT4-V 블랙윙 모델이 단종을 앞두고 있어 향후 V시리즈 역시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캐딜락은 SUV 라인업의 재편과 전기차 전환이라는 과도기 속에서 CT5라는 의외의 카드로 세단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