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로드스터에 4기통은 심했다’는 비판 수용, 3.0리터 6기통으로 전격 교체
V8 엔진 성능도 대폭 개선, 유로7 규제가 낳은 의외의 결과
‘1억 5천만 원이 넘는 럭셔리 로드스터에 4기통 엔진이라니.’ 메르세데스-벤츠 SL이 출시 초기부터 받았던 혹평이다. 결국 벤츠가 시장의 목소리에 응답했다. 다가오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논란의 4기통 엔진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브랜드의 자존심과 같았던 SL이 어쩌다 이런 논란에 휩싸였고, 벤츠는 어떤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4기통 지우고 6기통 심장을 품다
기존 엔트리 모델인 SL43은 단종 수순을 밟는다. 그 자리는 새로운 3.0리터 직렬 6기통 ‘M256 Evo’ 가솔린 엔진이 채운다.
이 새로운 심장은 최고출력 약 449마력에 23마력의 힘을 보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다. 기존 SL43의 381마력과 비교하면 출력 면에서 압도적인 개선이다. 구동 방식도 후륜구동(RWD)에서 사륜구동(AWD)으로 변경되어 더욱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할 전망이다.
V8 라인업은 더욱 강력하게
변화는 엔트리 모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L의 상징과도 같은 V8 엔진 라인업 역시 한 단계 진화한다.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은 플랫 플레인 크랭크축 구조를 적용하는 등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성능을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SL55 모델은 약 537마력, 고성능 모델인 AMG SL63은 무려 650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힘을 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연식 변경 수준을 넘어선 파워트레인 전면 개편이다.
규제가 낳은 뜻밖의 성능 향상
이번 엔진 교체의 배경에는 의외의 변수가 작용했다. 바로 유럽의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 7’이다. 기존 4기통 엔진이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지자, 벤츠는 오히려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6기통 엔진으로 눈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환경 규제가 차량의 성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성능 향상을 이끌어낸 흥미로운 사례가 됐다. 업계에서는 벤츠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운사이징 논란’으로 훼손됐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정통 퍼포먼스 로드스터로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소비자들의 비판과 강화된 규제라는 두 가지 과제 앞에서 벤츠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신형 SL은 4기통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강력한 6기통과 8기통 엔진 라인업으로 재무장하며 럭셔리 로드스터 시장의 왕좌를 다시금 노리게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