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율주행 기술 선두를 자처하던 독일 3사가 레벨3 상용화에서 발을 빼고 있다.
BMW 7시리즈의 옵션 삭제를 시작으로 벤츠, 아우디까지 동참한 배경은 무엇일까.
7시리즈 레벨 3 - 출처 : BMW
2월의 마지막 주말, 새로운 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자동차 기술을 선도해 온 독일 프리미엄 3사, 이른바 ‘독3사’가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 경쟁에서 돌연 발을 빼는 모양새다. BMW를 시작으로 벤츠와 아우디까지 잇따라 관련 기능을 철수하고 있다. 높은 비용과 법적 책임, 그리고 제한적인 활용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과연 ‘기술 강국’의 자존심과도 같았던 자율주행 기술을 내려놓은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BMW의 신형 7시리즈, 레벨3 옵션 돌연 삭제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BMW다. BMW는 오는 4월 공개될 주력 세단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인 ‘BMW 퍼스널 파일럿 L3’ 옵션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능은 2024년부터 독일 내에서 약 800만 원(6,000유로)에 제공됐지만,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 시속 60km 이하로만 작동하는 등 제약이 많았다. BMW는 다른 국가로의 확대 적용을 추진했으나, 결국 높은 비용 부담과 예상보다 저조한 수요에 부딪혀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S클래스 드라이브 파일럿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벤츠와 아우디도 따르는 후퇴 행렬
BMW의 결정은 단독 행동이 아니었다.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와 전기차 EQS에 탑재했던 레벨3 기능 ‘드라이브 파일럿’을 사실상 중단했다. 드라이브 파일럿 역시 옵션에서 제외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아우디는 일찌감치 A8 모델을 통해 레벨3 기술 도입을 공언했지만, 각국의 복잡한 인증 절차와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제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로써 독일 프리미엄 3사 모두 레벨3 상용화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됐다.
꿈의 기술, 현실의 벽은 높았다
캐딜락 레벨 3 자율주행 - 출처 : GM
레벨3 자율주행은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어 ‘꿈의 기술’로 불렸다. 하지만 상용화의 길은 험난했다. 수많은 카메라와 라이다 등 복잡한 센서 구성과 고가의 하드웨어는 차량 가격을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였다. 시스템 작동 중 사고가 나면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크다. 여기에 국가별로 다른 법규와 인증 절차, 시속 60km 수준에 묶인 제한적인 작동 환경은 ‘기술 과시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술 후퇴 아닌 현실적 전략으로 선회
독일 3사의 이러한 선택을 두고 ‘기술 후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들은 레벨3 대신, 기존 레벨2 시스템을 고도화한 ‘레벨2++’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레벨2++는 다양한 도로 환경과 속도에서 운전자를 보조하지만, 법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어 제조사의 부담이 훨씬 적다.
반면 완전자율주행(FSD)을 고도화하며 로보택시 상용화를 공언한 테슬라나, 2028년 레벨3 도입을 목표로 하는 GM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한때 세계 자동차 기술을 이끌던 독일 브랜드들이 자율주행 경쟁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일 기술력’이라는 상징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다.
7시리즈 - 출처 : BMW
7시리즈 레벨 3 - 출처 : BMW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