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선언 뒤집고 A클래스 수명 2028년까지 연장
독일 라슈타트 비우고 헝가리 케치케메트로 생산 이전

A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A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정을 내렸다. 불과 1년 전, 브랜드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소형 차급인 ‘A-클래스’의 단종을 공식화했으나 이를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최근 업계 소식에 따르면 벤츠는 A-클래스의 생명을 오는 2028년까지 연장하기로 확정했다. 다만 생산 기지는 본고장인 독일을 떠나게 된다.

독일 라슈타트 떠나 헝가리로 이사



가장 큰 변화는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타이틀을 내려놓는다는 점이다. 기존 A-클래스를 생산하던 독일 라슈타트 공장은 향후 벤츠의 전동화 전략 핵심 기지로 탈바꿈한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CLA와 CLA 슈팅브레이크, 그리고 2027년부터 생산될 신형 GLA 등 고수익 모델과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B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B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이에 따라 A-클래스의 생산 물량은 헝가리 케치케메트 공장으로 전량 이전된다. 올해 2분기부터 생산 거점 전환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벤츠 입장에서는 독일 공장의 생산 여력을 확보하면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엔트리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헝가리 공장은 이미 벤츠의 콤팩트 카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해왔기에 품질 관리 면에서도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B클래스는 안녕 리틀 G바겐의 등장



희비가 엇갈린 모델도 있다. 형제 모델인 B-클래스는 예정대로 단종 수순을 밟는다. 소형 미니밴 시장의 수요 감소와 벤츠의 라인업 재정비 전략에 따른 결과다. 벤츠는 B-클래스의 직접적인 후속 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해당 세그먼트에서 철수한다.



GLB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GLB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대신 그 빈자리는 더욱 강력한 ‘뉴 페이스’가 채운다. 일명 ‘리틀 G’로 불리는 소형 G-클래스 파생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벤츠의 상징적인 오프로더 G-클래스(G바겐)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크기를 줄여 대중성을 높인 모델이다. 이 차량은 내연기관과 전기차 버전이 모두 출시될 예정이며,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늦어도 2027년에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기차 숨 고르기와 엔트리 모델의 가치



벤츠가 A-클래스의 수명을 연장한 배경에는 최근 자동차 시장의 흐름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는 내연기관 엔트리 모델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A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A 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수익성은 플래그십 모델보다 낮지만, 브랜드 진입 장벽을 낮춰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도 A-클래스 세단은 4천만 원대 후반에서 5천만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생애 첫 벤츠’를 꿈꾸는 2030 세대에게 높은 인기를 끌어왔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삼각별 감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강력한 구매 요인이다.

이번 결정으로 A-클래스는 출시 10년을 넘기는 장수 모델 반열에 오르게 됐다. 벤츠는 현재 CLA보다 하위 포지션에 위치할 새로운 엔트리 모델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를 지향하면서도 판매 볼륨을 놓치지 않겠다는 벤츠의 실리적인 전략 수정으로 풀이된다. 2028년까지 수명이 늘어난 A-클래스가 헝가리에서 어떤 활약을 이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