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소차 대명사였던 일본의 몰락, 그 빈자리 꿰찬 현대차 ‘넥쏘’
1회 충전 1400km 세계 신기록…기술력으로 토요타 압도한 비결

넥쏘 실내 / 현대자동차
넥쏘 실내 / 현대자동차




그동안 수소전기차(FCEV) 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일본 중심의 구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기술 경쟁에서 현대자동차가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본격적인 패권 경쟁의 서막을 올렸다.

무대는 수소차의 원조 국가라는 상징성이 큰 일본이며, 무기는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꾸려는 현대차의 과감한 시도로 풀이된다.

한때 수소차의 대명사였던 토요타가 승용 수소차 전략에서 사실상 한발 물러선 사이, 현대차는 기술 고도화와 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는 기술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결정이다.



넥쏘 / 현대자동차
넥쏘 / 현대자동차


기록이 증명한 압도적 기술력



현대차가 자신감을 내비치는 배경에는 명확한 수치가 있다. 넥쏘는 최근 1회 충전으로 약 1400km를 주행하며 수소전기차 부문 세계 최장 주행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기존 기록 보유자였던 토요타 미라이를 크게 넘어선 성과로, 기술적 우위를 명확히 입증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소차 기술의 기준은 일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연료전지 스택 효율과 수소 저장 기술, 시스템 경량화 등 핵심 분야에서 현대차가 앞서나가기 시작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특히 혹한의 환경에서도 출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넥쏘 / 현대자동차
넥쏘 / 현대자동차


차세대 넥쏘, 실험 단계를 넘어서다



최근 공개된 차세대 넥쏘는 기술 시연용 모델이 아닌, 본격적인 양산을 전제로 한 완성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 몇 분의 충전으로 8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효율과 개선된 수소탱크 구성,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이 더해지며 실사용 관점에서의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과거 수소차가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쇼케이스 성격이 강했다면, 신형 넥쏘는 지금 당장 구매해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상품성의 변화가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넥쏘 / 현대자동차
넥쏘 / 현대자동차


숫자로 드러난 글로벌 지형 변화



글로벌 판매량 흐름 역시 현대차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최근 집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현대차 브랜드다. 반면 일본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며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 내 상황은 더욱 극명하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승용 수소차 개발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하면서 마땅한 경쟁 모델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 역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시장은 있지만 선택지는 없는 공백 상태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쏘 / 현대자동차
넥쏘 /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토요타의 본거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순간, 수소차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단번에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으로 매력적인 요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본 소비자들이 넥쏘의 압도적인 주행 성능과 정숙성, 충전 편의성을 직접 경험한다면 현대차 브랜드 전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2026년을 전후해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호주 등 주요 시장에 신형 넥쏘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수소차 주도권이 이동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현대차의 일본 공략은 기술 패권 경쟁의 역사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