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펑·호라이즌과 손잡고 개발 기간 대폭 단축... 2026년부터 쏟아질 신차 라인업
유럽 방식 버리고 중국식 속도전 채택...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 가속화
ID.유닉스 - 출처 : 폭스바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폭스바겐이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의 개발 방식을 완전히 뒤엎고, 단 18개월 만에 신형 전기차를 완성해낸 것이다. 이는 통상 4~5년이 걸리던 유럽의 개발 주기를 고려하면 가히 혁명적인 속도다.
폭스바겐은 오는 12월 31일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기차 ‘ID.Unyx 07’의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폭스바겐이 ‘중국을 위한, 중국에 의한’ 전략 아래 탄생시킨 첫 결과물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기술로 얻어낸 압도적 개발 속도
ID.유닉스 07 - 출처 : 폭스바겐
ID.Unyx 07의 초고속 개발 비결은 바로 ‘CEA(China Electrical Architecture)’라는 새로운 전기차 아키텍처에 있다. 이는 폭스바겐이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과 손잡고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다.
양사는 지난 4월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불과 3개월 만인 7월 공식 계약을 체결하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CEA는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수를 30%가량 줄이고,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콕핏 같은 소프트웨어 기능을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폭스바겐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개발 체제로 본격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폭스바겐이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의 기술과 속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선택”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샤오펑 호라이즌과 맺은 기술 삼각동맹
ID.유닉스 07 - 출처 :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중국 내 기술 협력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2023년 샤오펑의 지분 4.99%를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의 문을 연 폭스바겐은, 중국 현지용 CMP(Compact Main Platform) 개발을 넘어 자사의 글로벌 전기차 플랫폼 MEB와의 협력까지 범위를 넓혔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확보를 위해 중국의 AI 반도체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와도 합작법인 ‘캐리존(Carizon)’을 설립했다. 캐리존은 레벨2+부터 레벨4 수준의 고도화된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고성능 칩을 개발 중이며, 이 칩은 CEA 아키텍처와 완벽하게 호환되도록 설계돼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30종 이상 신차 쏟아낸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기술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3년간 중국 내 연구개발(R&D)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며, 올해부터 본격 가동된 허페이 VCTC(폭스바겐그룹 중국 기술회사)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를 제외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센터로 자리 잡았다.
ID.유닉스 07 - 출처 :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허페이 VCTC를 전초기지로 삼아 2026년부터 CEA 기반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한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나아가 2027년까지 20종 이상, 2030년까지는 약 30종에 달하는 순수 전기 지능형 모델 라인업을 구축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